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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불편해도 슬기롭게….'
'휴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각 프로 구단들의 고충도 가중된다. 언제 재개될지 모를 시즌을 대비해 훈련은 훈련대로 해야 하고,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각종 관리 활동을 펼치느라 이중고를 겪는다.
특히 신체 접촉이 많은 선수들은 확진자 발생에 따라 시즌 존폐가 좌우되는 만큼 촉각을 더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만의 '슬기로운 숙소생활'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 구단들은 "코로나로 고통받아 온 국민들께 스포츠로 즐거움을 줄 그날을 기다리며 불편해도 견뎌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 각 구단들은 외부인 출입 통제를 비롯,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범국민 예방 수칙을 기본적으로 적용한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숙소에 틀어박혀 생활하는 시간을 부쩍 늘렸다. 프로스포츠에서는 주로 미혼자는 클럽하우스 합숙을, 기혼자는 출퇴근을 한다. 프로농구의 경우 원래 합숙훈련 금지였으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시적으로 자율합숙이 허용됐다. 아무래도 단체 활동에서는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고 관리하기 용이한 합숙이 안전하다고 본 것이다.
프로농구 SK나이츠는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계부터 일부 기혼자를 제외하고 일찌감치 합숙을 시작했다. 전주 KCC는 클럽하우스 인근에서 혼자 자취하는 선수들도 숙소로 들어오도록 했다. 프로야구 LG는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원이 지난 9일부터 합숙에 들어가 4일 훈련-1일 휴식 일정으로 훈련을 진행 중이다. SK는 미혼자들에 한해 2군 숙소와 펜션을 빌려 합숙을 하고 삼성은 대구 라이온즈파크 출퇴근조와 경산 합숙조로 분리해 관리한다.
감독이 '방콕'에 앞장서기도 한다. 조덕제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부산 강서구 클럽하우스에서 먹고 잔다.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에 구단 제공 아파트가 있지만 주변에서 걱정할까봐 스스로 격리 생활에 들어갔다. 문경은 SK나이츠 감독은 "2월 말 시즌이 중단되기 전 KT와의 홈경기를 치를 때 2주일 만에 처음 숙소 밖으로 나와봤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K리그 울산은 합숙자에 대해 잠깐 커피 사러 갔다 오는 정도를 제외하고 자유시간 동안 외출 금지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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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리 방법도 있네
구단 사무국과 클럽하우스를 함께 사용하는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는 소통이 단절된 것 같아 아쉽다고 한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사무국 직원들은 근무시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기본, 오다 가다 선수들을 만나도 애써 외면해야 한다. 평소 같으면 어깨 두드려주며 덕담을 건넸지만 대면 대화를 자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산은 '카풀'도 장려한다. 승용차가 없는 출퇴근 선수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소 하루 2차례 발열체크가 기본인 가운데 부산은 한층 강화된 방식을 쓴다. 의무트레이너가 체온을 재는 다른 구단과 달리 부산은 자율형이다. 숙소 입구에 체온계와 소독제를 비치해 두고 잠깐 외출했다 들어올 때도 체크하고 리스트에 작성토록 하고 있다. 자율 체크라고 대충했다간 혼쭐이 난다. 구단은 감시요원으로 '경비 아저씨'를 배치했다.
전북 현대의 관리법은 특히 눈길을 끈다. 선수 외출시 동선을 파악한다. 선수들이 외출·외박을 할 경우 출입 시간, 목적지 등을 적어내도록 한다. 이달 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호주 시드니 원정을 다녀온 뒤 휴가를 줬을 때에는 매일 오후 9시에 의무트레이너에게 동선을 보고하도록 했다. 그런가 하면 프로농구 KCC는 야간에 간식을 구단에서 일일이 챙겨준다. 간식 먹으려고 밖에 돌아다니거나 위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음식 섭취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선수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선호하는 '스타OO' 커피도 사다가 커피타임도 가져야 하니 식비 증가 부담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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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휴식이 장기화되면서 '감빵'같은 숙소생활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KCC 관계자는 "최근 야간훈련을 위해 체육관을 열어줬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개인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코로나19' 초기 합숙 선수들은 훈련 외 여유시간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임, 독서를 하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게 전부였다. 게임도 자꾸 하다보니 이제 질렸나보다. 언제부터인가 웨이트 훈련장, 농구 코트로 모여드는 선수가 많아졌다. 속담에 '노느니 장독 깬다'고, 뭐라도 하긴 해야겠다고 선택한 것이 운동이다. K리그 울산도 마찬가지다. 오전 훈련-점심식사를 끝낸 오후 2시 30분 이후에는 자유시간이다. 취침까지 긴 시간의 일부라도 때우기 위해 웨이트장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울산 구단 소대현 사무국장은 "요즘 우리 선수들 몸을 보면 웨이트 훈련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어마어마 하다"며 웃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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