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전 이어 토트넘 상대로도 '일일 2선방', 크룰 'PK 장인' 답다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03-05 10:56



팀 크룰 인스타그램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조제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경기가 승부차기로 흘렀을 때 긴 한숨을 내쉬었을지도 모르겠다.

토트넘은 시즌도중 골키퍼 부족에 따라 급하게 영입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공식전에 선발출전한 서드 미하엘 포름, 상대팀 노리치 시티의 골문을 지키는 골키퍼는 승부차기의 장인으로 불리는 팀 크룰이었다.

키커의 탓도 있겠지만, 결국은 두 골키퍼의 실력 차가 두 팀의 운명을 갈랐다. 4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두 팀간 2019~2020시즌 FA컵 16강전은 1-1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크룰은 4~5번째 키커인 트로이 패럿과 제드송 페르난데스의 슛을 잇달아 선방했다. 토트넘 두 번째 키커인 에릭 라멜라의 슛이 골대에 맞고 나오면서 결국 단 2명(에릭 다이어, 지오반니 로 셀소)만이 크룰을 뚫었다. 반면 노리치는 1번 키커 케니 맥린의 슛이 막힌 이후 3명이 침착하게 득점하며 승부차기 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28년만에 FA컵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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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노리치 필드 플레이어는 약속이나 한듯 크룰을 향해 달려갔다. 이날 승리의 영웅이 크룰이라는 걸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크룰이 이런 대접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시절이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 코스타리카전에서 승부차기를 위해 교체투입해 2개의 선방쇼를 펼치며 네덜란드의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올시즌 토트넘을 상대하기 전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50%의 선방률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1일 아스널전에서 피에르 오바메양의 두 차례 페널티 중 하나를 막아내며 2대2 무승부를 뒷받침했다. 그보다 앞선 10월 맨유전 한 경기에서 마커스 래시포드와 앤서니 마샬의 슛을 모조리 쳐내며 '일일 2선방'을 시전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 한 경기에 페널티 2개를 선방한 사례는 9번 밖에 없다.

크룰은 토트넘전에서 반사신경이 아닌 '데이터'에 철저히 의존했다. 경기 전 미리 토트넘 키커들이 주로 차는 방향을 물병에 적어놨다. 코치와 함께 꼼꼼히 분석했다는 의미다. 시험 전 암기노트를 훑는 수험생처럼 물병을 확인한 뒤 무리뉴 감독과 토트넘의 우승의 꿈을 막아버렸다. 크룰은 "나는 승부차기를 좋아한다. 승부차기 선방은 내 임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경기가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여전히 잔류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노리치는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현재 최하위에 놓여있다. 잔류 그리고 FA컵 깜짝우승을 위해선 크룰의 '미친선방'과 공격수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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