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웃음 찾은 황선홍 대전 감독 "강박에서 벗어나니 즐겁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2-18 09:02



[남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그동안 잘해야겠다는 강박에 얽매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더 즐겁게 하려고 한다."

으레 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새롭게 대전 지휘봉을 잡고 남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포항에서 승승장구하던 황 감독은 야심차게 도전한 서울에서 실패하고, 이후 도전한 중국 옌벤이 해체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아픔을 자양분으로 삼은 황 감독은 대전에서의 성공을 다짐, 또 다짐했다.

17일 경남 남해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황 감독은 "서울 시절보다 더 많은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대전이라는 팀에 많은 분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대전은 겨우내 폭풍영입에 나서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황 감독은 "스카우트 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 아무래도 같은 값이면 1부에서 뛰고 싶어 했다"며 "그래도 팀을 선택한 선수들이 고맙고 기대도 된다"고 했다. 준비 과정은 만족스럽다. 그는 "늦게 시작한데다 바뀐 선수가 많아서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하려고 해서, 특히 하나가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해줘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오랜만의 현장으로 복귀한 황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더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황 감독은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즐겁게 하고 있다. 확실히 요즘 선수들이 더 자유분방하다. 거침없이 운동장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런게 오히려 좋더라"고 했다. 사실 황 감독은 서울에서의 실패로 편견 아닌 편견이 생겼다. 황 감독은 "서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내 스타일은 변한건 없다. 트러블을 일으킬 정도로 권위적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잘해야겠다는 강박에 얽매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선수들과 함께 더 즐겁게,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활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포항에서 국내 선수로 좋은 성적을 낸 황 감독은 서울에서 외국인 선수 활용에 실패하며, '외국인 선수를 잘 쓰지 못하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사실 내가 원하는 축구에 외국인 선수들을 맞춰가려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이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대전은 안드레 루이스, 바이오, 채프만이라는 수준급 외국인을 더했다. 황 감독 역시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황 감독은 "안드레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바이오는 몸을 만드는 상황인데, 보여준게 있으니 기대하고 있다. 남은 한자리는 후반기나 가서 채울 것 같다"고 했다.

대전은 신생구단이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제주, 경남과 함께 2020년 '빅3'로 평가받고 있다. 황 감독은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전이 승격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다. 2부를 경험한 박경훈 전 성남 감독, 조덕제 부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2부가 적극적이고 예측불허라고 해주시더라. 기술적으로 완벽히 누를 수 없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리그라며, 특히 마음먹고 수비하는 팀을 어떻게 뚫어낼지 고민이다. 우리는 아직 팀을 만드는 과정인데, 무조건 승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좋은 축구는 추구하지만, 화려한 축구와는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아기자기하기 보다는 속도감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답답하고 상대를 압도하지 못해도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가는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황 감독도 어느덧 고참 감독 대열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후배들과 맞대결을 펼친다. 황 감독은 "젊은 감독들이 경쟁력이 있다. 아이디어도 새롭더라. 뭘 하려고 하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후배들과의 싸움에서질 생각은 없다. 황 감독은 "아무래도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빠르게 줄여줄 수 있다. 나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시행착오를 엄청나게 했다.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자극이 된다"고 했다.

황 감독은 승격이라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대전하나만의 문화를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감독은 "하나금융그룹에게 감사하다. 대전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축구특별시라는 옛명성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문화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성적이 나쁘면 그만둘 수도 있지만, 대전하나는 1, 2년하고 끝날게 아니니까 좋은 문화를 만들고 그 틀을 다지는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팀적으로는 유소년부터 자생력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남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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