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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그동안 잘해야겠다는 강박에 얽매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더 즐겁게 하려고 한다."
으레 하는 표현이 아니었다. 새롭게 대전 지휘봉을 잡고 남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고,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포항에서 승승장구하던 황 감독은 야심차게 도전한 서울에서 실패하고, 이후 도전한 중국 옌벤이 해체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아픔을 자양분으로 삼은 황 감독은 대전에서의 성공을 다짐, 또 다짐했다.
오랜만의 현장으로 복귀한 황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에 적극적이다. 젊은 선수들이 많지만 더 다가가려고 하고 있다. 황 감독은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즐겁게 하고 있다. 확실히 요즘 선수들이 더 자유분방하다. 거침없이 운동장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런게 오히려 좋더라"고 했다. 사실 황 감독은 서울에서의 실패로 편견 아닌 편견이 생겼다. 황 감독은 "서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사실 내 스타일은 변한건 없다. 트러블을 일으킬 정도로 권위적이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 잘해야겠다는 강박에 얽매이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선수들과 함께 더 즐겁게,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 활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포항에서 국내 선수로 좋은 성적을 낸 황 감독은 서울에서 외국인 선수 활용에 실패하며, '외국인 선수를 잘 쓰지 못하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황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사실 내가 원하는 축구에 외국인 선수들을 맞춰가려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이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대전은 안드레 루이스, 바이오, 채프만이라는 수준급 외국인을 더했다. 황 감독 역시 이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황 감독은 "안드레는 확실히 재능이 있다. 바이오는 몸을 만드는 상황인데, 보여준게 있으니 기대하고 있다. 남은 한자리는 후반기나 가서 채울 것 같다"고 했다.
대전은 신생구단이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제주, 경남과 함께 2020년 '빅3'로 평가받고 있다. 황 감독은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전이 승격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지만, 만만치 않을 것이다. 2부를 경험한 박경훈 전 성남 감독, 조덕제 부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2부가 적극적이고 예측불허라고 해주시더라. 기술적으로 완벽히 누를 수 없으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리그라며, 특히 마음먹고 수비하는 팀을 어떻게 뚫어낼지 고민이다. 우리는 아직 팀을 만드는 과정인데, 무조건 승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좋은 축구는 추구하지만, 화려한 축구와는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아기자기하기 보다는 속도감 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하지만 그 과정이 답답하고 상대를 압도하지 못해도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가는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황 감독도 어느덧 고참 감독 대열에 접어들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후배들과 맞대결을 펼친다. 황 감독은 "젊은 감독들이 경쟁력이 있다. 아이디어도 새롭더라. 뭘 하려고 하는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아직 후배들과의 싸움에서질 생각은 없다. 황 감독은 "아무래도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빠르게 줄여줄 수 있다. 나도 여기까지 오는 동안 시행착오를 엄청나게 했다.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자극이 된다"고 했다.
황 감독은 승격이라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대전하나만의 문화를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감독은 "하나금융그룹에게 감사하다. 대전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루아침에 축구특별시라는 옛명성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문화를 만드는데 주력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성적이 나쁘면 그만둘 수도 있지만, 대전하나는 1, 2년하고 끝날게 아니니까 좋은 문화를 만들고 그 틀을 다지는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한다. 팀적으로는 유소년부터 자생력을 갖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남해=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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