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투혼의 이근호 "매순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1-22 17:48 | 최종수정 2020-01-23 04:40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재활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경자년 설날 연휴를 앞둔 22일, '울산의 정신적 지주' 이근호(35)는 대구의 한 트레이닝센터에서 재활 훈련이 한창이었다.

김도훈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 동료들이 태국 치앙마이에서 동계전지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바로 그 시각, 이근호 역시 동료들과 똑같은 마음으로 치열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었다.

2005년 K리그에 입단해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16년차 베테랑 이근호에게도 지난해는 잊지 못할 한해다. 캡틴으로서 시즌 마지막날까지 '14년만의 우승'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달렸다. 2013년 울산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역사를 쓴 '레전드', 울산에서 선수생활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할 각오로 돌아온 그에게도 리그 우승은 절실한 꿈이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해설위원으로 활약한 후 6년반만에 울산 유니폼을 다시 입은 이근호는 첫 해인 2018년 22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울산은 리그 3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18경기에서 2골 5도움을 기록했다. 1위 전북과 같은 승점, 한골차 모자란 준우승을 기록했다. 두고두고 아쉬운 지난 시즌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이근호는 쿨하게 말했다. "떨쳐내야죠. 이젠 다 떨쳐냈습니다."

울산 3년차를 맞는 새해, 그의 소망은 "끝까지 아프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것 뿐"이다. 서른다섯의 공격수, 모든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는 '투혼의 에너자이저'를 팬들은 사랑한다. 매경기 몸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양 무릎이 성할 리 없다. "이제 더 영리하게 뛰어야 하는데"라며 싱긋 웃는다.



이근호의 2019년은 부상과의 전쟁이었다. 지난해 1월 무릎 수술 후 3월에 복귀했다. 우승경쟁이 뜨겁던 가을 무렵 왼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성치 않은 무릎으로 18경기 중 14경기 교체출전의 짧은 기회에도 그는 또렷한 존재감으로 베테랑의 몫을 톡톡히 했다. 어린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체력도 몸싸움도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무릎 상태가 악화되면서 10월2일 강원전을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팀에도 미안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캡틴으로서 울산의 홈, 원정 경기에 후배들과 동행하며 우승을 향한 집념을 불태웠다. 한 골 차로 우승을 놓친 2019시즌은 꾹 참아온 부상만큼 뼈아팠다. 12월 6일 이근호는 미뤄둔 수술대에 올랐고, 새해부터 독한 재활이 시작됐다.

매순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으로 새 시즌을 준비중이다. 2018년 여름 울산과 '2.5+1년' 계약을 했다. 2020년 말까지 뛴 후 선수와 구단의 상황을 봐서 1년 계약 연장을 검토한다는 옵션이다.


이근호는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이자 한국축구의 한세대를 풍미했던 '85라인'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청소년대표팀부터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정을 나눠온 박주영, 김창수, 강민수, 오장은, 하대성, 김승용, 정 훈, 김민식 등 동기들이 매년 하나둘씩 그라운드를 떠나거나 은퇴를 준비중이다. 이근호는 프로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100%의 이근호'로 뛰기 위해 매일 2번, 오전 오후 혹독한 재활, 보강훈련에 몰입중이다.

부상 복귀시기를 묻는 질문에 "모르겠다. 정해놓지 않았다"고 답했다. '베테랑의 여유?'라는 우문에 이근호는 이내 진지해졌다. "여유라기보다는…, 조급해지고 싶지 않다. 완전한 몸 상태를 만들어 정말 제대로 해보고 싶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한다. 100%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사실 '마무리'같은 생각을 안했었다. 하지만 안되는데 팀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올시즌 정말 후회없이 한번 해보고 싶다. 최선을 다해, 하는 데까지 끝까지 해보고 싶다"는 강인한 각오를 전했다.

올해 울산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변화도 많고 작년에 우승에 근접했던 경험도 있고…, 작년보다 더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어렵지만 이겨내야 한다.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우리는 또 도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울산 팬들을 향한 따뜻한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울산이 올해도 열심히 준비를 잘하고 있다. 저도 개인적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작년보다 좀더 좋은 결과를 갖고 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시즌 리모델링된 문수경기장에서 만나게 돼 기대가 크다. 팬 여러분들이 늘 그러셨듯이 믿고 기다려주시고, 응원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 100%의 이근호를 다시 만날 봄날을 기다리며….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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