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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수술 4번, 포항유스'이광혁"극장골 순간,힘든 것들이 다 지나갔다"[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10-07 05:57



[포항=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축구하면서 제일 좋은 날이다."

포항 스틸러스를 감격의 파이널A로 이끈 '극장골의 주인공' 이광혁(24)이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포항은 6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33라운드 울산과의 동해안더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이광혁의 극적인 역전골에 힘입어 2대1로 승리했다. 역시 극장골로 강원을 2대1로 이긴 상주를 7위로 밀어내며 자력 파이널A행을 확정지었다. 포항 팬이 사랑해 마지않는 '포항 유스' 이광혁이 '동해안 더비'의 해결사로 나서 의미는 더욱 빛났다.

이광혁은 이날 후반 16분 송민규 대신 교체투입됐다. 김기동 포항 감독의 승부수였다. 무승부 기운이 짙던 후반 47분, 아크 정면에서 팔로세비치의 패스를 이어받아 패기만만하게 쏘아올린 왼발 중거리 슈팅이 쭉 뻗어나가더니 보란 듯이 골 네트를 흔들었다. 수차례 선방으로 1-1 균형을 굳건히 지켜낸 '국대 수문장' 김승규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완벽한 골이었다.



천금같은 골은 팀에게도, 팬에게도, 힘겨운 나날을 치열하게 견뎌낸 '축구청춘'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선물이었다. 1995년생 이광혁은 포철중고 시절부터 축구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유망주다. 19세 되던 2014년 황선홍 전 감독 시절 일찌감치 프로에 데뷔해 9경기에 나섰다. 2015년 19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프로 진출 이후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김기동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시련을 이겨낸 애제자의 투혼 골을 칭찬했다. "이광혁은 유소년 때부터 쭉 체크해온 선수다. 대학선수가 와도 잡지 못할 선수였다"고 돌아봤다. "프로에 온 이후 잔부상이 많았다. 작년에만 수술을 3번 했다. 성실한 선수답게 힘든 재활을 이겨냈다.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해냈다는 점을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광혁이한테 뽀뽀라도 해주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광혁은 "무릎 연골 수술을 4차례나 했다. 굉장히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다. 오직 축구만 생각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힘든 시절을 돌아봤다. "팬들이 질타하시든 칭찬하시든 스스로 좋은 몸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든 건 팬들께 핑계일 뿐이다. 제가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이날 포항의 극장골이 들어간 공식 시각은 오후 3시48분32초, 상주의 극장골이 들어간 시각은 오후 3시49분47초였다. 이날 이광혁의 골이 없었더라면 강원을 잡은 상주가 파이널A로 직행할 뻔했다는 말에 어느새 프로 6년차가 된 이광혁이 미소지었다. "(심)동운이 형이 선수들에게 돈 걷으라고 하시던데, 돈을 모아서 주실지 모르겠다"는 여유 있는 농담을 던졌다.

유스 시절부터 이겨야 사는 전쟁이었던 라이벌전, 선두 울산과의 동해안더비에서 짜릿한 극장골로 팀의 파이널A행을 이끈 순간, 1만여 포항 팬들은 스틸야드가 떠나갈 듯 "이광혁!"의 이름 석자를 연호했다. 포항과 축구가 전부인 스물네 살 프로 선수에게 실로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그 순간, 그동안 힘든 것들이 다 지나갔던 것같다. 선수라면 팬들에게 오늘 같은 날 선물을 해드리는 게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포항에서 오래 있으면서, 울산전은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곳에서 축구하면서 제일 좋았던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포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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