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위기 때마다 빛나는 '준비된 지도자' 김기동 감독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9-26 06:20


포항 김기동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포항은 3연패에 빠졌다. 기대했던 FA컵에서도 조기 탈락했고, 리그 성적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부상자는 넘쳤고, 외국인선수는 부진했다. 최순호 감독의 뒤를 이어 구원투수로 나선 김기동 감독에게 반등의 카드는 많지 않았다. 언제나 긍정적인 김 감독 조차 부임 초기 지인들에게 "내 축구인생은 항상 이렇게 어렵냐"고 속내를 털어놨을 정도.

김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벤치에서 정장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선수들과 같이 뛰기 위해서다. 코치 시절부터 선수들과 쌓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팀을 하나로 묶었다. 전술적으로도 변화를 줬다. 이전까지 한 골에 그쳤던 김승대의 위치를 위로 올려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콘셉트 역시 점유 대신 속도에 초점을 맞춰 빠른 축구를 강조했다. 선수 기용에서도 유스 출신 2000년생 이수빈을 중용하는 등 과감한 선택으로 주목을 받았다.

곧바로 효과를 봤다.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수원과의 9라운드 홈경기(1대0) 승리를 시작으로 4연승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며 많은 '짤'을 양산해냈다. '리액션 부자'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확 달라진 포항에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김 감독도 초보 답지 않은 지도력으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내 승리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6월 강원 원정에서는 4-0으로 앞서다 4대5로 역전패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김 감독은 "아무리 내가 기록의 사나이지만 이런 기록까지는 원치 않았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4연패를 포함해 7경기 무승(3무4패)의 수렁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김 감독식 축구의 핵심이었던 김승대가 전북으로 떠났다. "갈비뼈 하나를 잃은 느낌"이라고 할 정도로 상심이 큰 이적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 과정에서 대인배의 면모를 보였다. 이적을 두고 고민하던 '후배' 김승대의 길을 열어줬다. 김승대 역시 팀을 떠나며 "내가 남긴 이적료로 김 감독님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김 감독은 여름이적시장에서 일류첸코, 팔로세비치 등 외국인선수 라인업을 바꾸며 반등의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9위까지 추락했다.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까지 가져오지 못했다. 김 감독은 두번째 승부수를 띄웠다. 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명인 최영준을 전북에서 임대로 데려오며 팀 컬러를 바꿨다. 좋은 모습을 보이던 이수빈을 과감히 제외하고, 대신 정재용을 최영준의 짝으로 내세웠다. 수비력이 좋은 두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내세우며 후방을 안정적으로 하는 축구로 변신했다.

김 감독의 변화는 또 다시 적중했다. 최근 4경기서 단 두 골만 내주는 짠물 수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공격에서는 외국인 선수 완델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적재 적소마다 활용하며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포항은 최근 5경기서 4승1무의 가파른 상승곡선을 탔다. 그리고 24일 제주와의 31라운드에서 2대1로 승리했다.

리더십이 탁월하고 이론에 해박한 김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2년 포항에서 현역 마침표를 찍은 김 감독은 U-23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올림픽, 포항까지 코치로만 6년의 세월을 보냈다. 국제대회에서 일본에 2-0으로 이기다 2대3으로 역전패를 해보기도 하고, 강등권까지 갔다가 살아남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은 김 감독은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준비된 지도자' 김 감독을 앞세운 포항은 힘겨워 보였던 상위 스플릿 진출에 다가가고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