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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역시 '손'을 쓸 수 있는 답은 '공간'과 '템포'다.
'맛집' 크리스탈 팰리스를 만난 손흥민은 다시 한번 득점 본능을 과시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골폭풍을 이어간 손흥민은 EPL 입성 후에는 크리스탈 팰리스만 만나면 웃었다. 2015년 9월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EPL 데뷔골을 쏜 손흥민은 이후 홈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만 만나면 빠짐없이 골망을 갈랐다. 4경기 5골을 넣었다. 이날 경기 전 마지막 EPL 득점(4월4일) 상대 역시 크리스탈 팰리스였다. A대표팀의 붉은색 유니폼에서 토트넘의 흰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손흥민은, 단 4일 만에 확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대표팀' 손흥민과 '토트넘' 손흥민의 가장 큰 차이는 '스프린트(전력질주)' 여부에 있다. 다시 첫 골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알더베이럴트가 볼을 잡자 손흥민은 쏜살같이 오른 뒷 공간을 파고들었다. 지체없이 패스가 연결됐고, 속도가 붙은 손흥민은 수비수를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리며 득점에 성공했다. 21분과 41분 득점 장면에서도 손흥민의 움직임이 빛났다. 손흥민은 순간적으로 가운데로 침투해 무사 시소코의 패스를 받았고, 속도를 붙이며 측면으로 볼을 전개했다. 21분에는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오리에의 크로스가 굴절되며 골로 연결됐고, 41분에는 손흥민에게 볼을 받은 케인의 크로스를 에리크 라멜라가 왼발로 밀어넣으며 득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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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이같은 손흥민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토트넘의 얼굴은 잉글랜드의 '주포' 해리 케인이지만, 실질적 에이스는 손흥민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의 속도를 극대화시키는 전술로, 크리스탈 팰리스전 대승을 이끌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가지 조건이 절대적이다. 서두에 언급한 '공간'과 '템포'다. 최근 들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사실 손흥민은 터치가 좋은 선수는 아니다. 돌파력은 좋지만 드리블이 뛰어나지는 않다. 스피드가 붙으면 속도로 상대를 제칠 수 있지만, 볼이 멈춰져 있는 상황에서 수비수의 압박을 이겨낼만큼 발기술이 좋지는 않다.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본인 스스로 플레이에 '템포'를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흥민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횟수가 늘어날 수록 득점 기회가 많이 생긴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 혹은 라멜라를 미끼로 손흥민에게 공간을 만들었고, 크리스티안 에릭센, 시소코 등은 손흥민이 움직이는 공간으로 빠르게 볼을 보냈다. 손흥민은 왼쪽을 중심으로, 중앙, 오른쪽 등 공격 전지역을 오가며 기회를 노렸고, 전술적 지원 속 속도를 높인 손흥민은 마무리까지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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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전 감독 체제에서 스트라이커 자리에 올라서며 살아나는 듯 했던 손흥민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다시 한번 주춤하고 있다. 물론 손흥민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얻는 어드밴티지가 있지만,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나아가 본선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원하는 한국축구 입장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손흥민 활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공간과 템포가 주어진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없는 '월드클래스'다. 이날 보여준 맹활약은 벤투 감독에게 답이 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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