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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정글 다녀왔더니 손이 다 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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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감독의 예능 나들이. 그 시작점에는 '회식'이 있었다. "'예능을 해야지'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예능 프로그램에서 축구를 한다고 하기에 '내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포츠계 레전드들이 모인다고 하잖아요. '다 모일 일도 없는데 가봐야지' 생각한거죠. 그렇잖아요. 시상식을 가도 이렇게는 다 못 만나요. 회식하면서 얘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우연한 기회에 참여한건데 그게 빵 터진거에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첫 방송이 나간 직후 허 감독의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를 강타했다. 허 감독을 향한 러브콜도 쇄도했다. 거침없지만 가식 없고, 할 말은 하지만 동료들을 다독이는 모습. '승부사', '호랑이 감독' 이미지를 뒤엎는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예능 섭외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른바 '핫'하다는 예능은 한 번씩 다 출연했다. 최근에는 농구 후배 서장훈 현주엽과 프로그램 촬영을 하기도 했다. "어우, 예능은 확실히 (서)장훈이가 잘해요. 완전 예능인이야. 아, 물론 선수 시절에는 둘 다 농구를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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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의 힘은 강했다. 허 감독이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여기저기서 "허 재 감독"이라며 놀라운 듯 쳐다봤다.
"요즘 나를 보고 '예능스타'라고 말씀 주시는데, 그런 것을 떠나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반가워요. 사실 제 현역시절을 보신 분들은 연령층이 좀 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초등학생들이 저를 알아봐요. 농구 아카데미를 하는데,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다만 제가 농구선수였다는 건 잘 모르더라고요. 하지만 초등학생들을 보면서 언론의 힘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다시 느꼈어요. 저에 대한 이 관심이 농구 붐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허 감독은 최근 예능계에 몸담고 있지만, 뿌리는 여전히 농구에 있다. 그가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연예인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고(집사부일체), 농구 후배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미운우리새끼,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출연한다. 현재 하고 있는 축구 프로그램 관계자들에게 '농구편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을 정도. "내가 선수와 지도자를 포함해 40년 동안 농구를 했어요. 배운 게 농구뿐이죠.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농구가 인기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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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농구 얘기가 나오자 말이 봇물 터지 듯 흘렀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1년. 코트 밖에서 농구를 보는 동안 시야가 더 넓어진 듯했다.
"모두가 반성해야 해요. 스타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감독 잘못이죠. 열심히 하지 않아서 스타가 되지 못하는 것은 선수 문제고요. 다들 평범하기 때문에 스타가 없어요. 내가 농구를 '디스'하는 게 아니에요.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에요. 이번 농구월드컵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요. 국가대표 선수들도 비시즌 동안 쉬지 못하고 훈련해서 대회에 나가는 거거든요.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욕만 먹어요." 인터뷰 내내 허허 웃기만 하던 허 감독이 목소리에 힘을 잔뜩 줬다.
허 감독은 '예능대세'로 활약하면서도 농구계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농구 아카데미 운영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자비를 들여 발달장애인 교류전을 진행했다. 9월 말에는 광주에서 3대3 농구 대회 개최를 계획 중이다.
"애들 엄마가 싫어해요. 백수면서 돈만 쓰고 다닌다고. 그런데 또 이해는 하더라고요. 내가 농구인이라는 걸 잘 아니까. 주변에서는 '방송하면서 즐겁게 살라'고 해요. 하지만 나는 역시 농구가 좋고 편해요. 내가 농구인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어요. 그래서 늘 준비하고 있어요. 나를 필요로 해서 불러준다면 언제든 가려고요. 사람들이 나를 '농구대통령'이라고 불러주잖아요. 맞아요. 난 영원한 농구인이죠."
인터뷰 말미, KBL 관계자가 깜짝 방문했다. 허 감독은 반가운 듯 "회식해야지"하며 웃었다. 역시 허 감독에게는 농구판이 가장 편하고 즐거운 곳이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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