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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실장'은 정말 남기일 감독 압박용 카드일까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8-01 05:46


설기현 성남 FC 전력강화실장. 사진=성남 FC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7월 16일, 성남 FC는 국가대표팀 출신 설기현(40) 전 성균관대 감독을 전력강화실장으로 선임했다.

'국가대표팀과 유럽 무대 경험을 토대로 1군 코치진과 소통을 통한 프로 및 유소년 스카우트 업무를 총괄하고, 유스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선임 배경과 앞으로 역할에 대해 언급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의 깜짝 선임은 '깜짝 뉴스'로 여겨졌지만, 이미 오피셜 며칠 전부터 소문이 돌았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본 기자에게 '설기현이 성남으로 간다'고 운을 띄운 뒤 '남기일 감독 압박용 카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얘기가 흘러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타이밍이긴 했다.

남기일 성남 감독(44)은 지난 5월 외국인 선수 자자(33)에 대해 "팀과 상관없는 선수 같다. 전화도 안 받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이런 성향을 알면서도 자자를 영입한 구단이 야속하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겉보기에 타깃이 자자인 것처럼 보였지만, 구단 수뇌부를 향해 강한 목소리를 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브라질 출신의 자자는 지난 3월에 영입됐고, 영입을 최종 허가한 책임자는 지난 1월 성남 대표이사로 부임한 이재하 전 FC서울 단장이었다.

성남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자자 사건'으로 남기일 감독과 이재하 대표가 충돌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둘의 성향이 잘 안 맞는다. 남 감독이 이 대표를 찾아가 사과를 했다고 하던데, 한번 금이 간 관계가 회복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설기현이 '전력강화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나타난 시점은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대구 FC를 상대로 내리 3연패를 당해 남기일 감독이 심적으로 쫓기던 상황이었다.


성남측은 "시기 자체가 애매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구단은 올해 초부터 전력강화실장을 영입할 계획을 세우고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 선임 작업이 딜레이되면서 애매한 타이밍에 발표가 난 것뿐이다. 팬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알고 있지만, 그런 걸(남기일 압박) 염두에 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성남 FC 남기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관계자들은 설기현이 이미 프로팀을 지휘할 수 있는 P급 라이센스를 보유했다는 점, 일본 J리그에서 P급을 지닌 전략강화실장이 차기 감독이 되는 시스템이 정착됐다는 점, 남기일 감독을 압박할 수 있는 설기현의 대중적 인지도 등을 들어 압박용 카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도)민구단인 강원FC의 사례도 있다. 송경섭 전력강화실장과 김병수 전력강화실장이 연달아 강원 1군 감독을 맡았다. '전력강화실장은 차기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한 관계자는 "설 실장은 일종의 '완충장치'라고 볼 수 있다. 누구보다 남기일 감독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집 센 남기일 감독이 쉽게 휘둘리진 않을 것"라고 밝혔다.

설 실장은 이적시장 막바지 개인 네트워크를 통해 전달받은 소스를 남 감독에게 전달했지만, 남 감독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성남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박원재(전북)를 임대하고, 이은범(전 제주)을 영입하는 데 그쳤다. 구단은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소통이 원활히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남기일 감독은 30일 상주 상무와의 K리그1 23라운드를 앞두고 설기현 실장의 역할을 묻는 말에 "이적시장이 끝났다. 설기현 실장이 유소년 업무에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나는 1군 담당, 너는 유스 담당'이란 식으로 역할이 다르다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설 실장이 유스팀만을 전담할 경우 성남은 '전력강화실장'이 아니라 '유스총괄책임자'를 선임했다고 발표했을 것이다.

구단은 "설 실장은 축구적으로 필요에 의해 영입됐다. 선수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 유소년 코디네이터 쪽에 더 치중할 것으로 보이지만, 프로팀 신인선발에 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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