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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빨리 적응하게 도와주고 있다. 첫 경기이지만 부담없이 능력을 발휘하면 좋겠다."
경기 시작 전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복귀전을 치르는 골키퍼 김승규(29)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주변에서 잘 도와줬던 모양이다. 아니 베테랑이라서 굳이 적응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친정으로 돌아오자마자 첫 출전이었다. 올시즌 화력이 만만치 않은 상대 서울이라 김승규의 세이브 활약이 더욱 필요시된 경기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김승규가 굳이 애를 쓸 기회가 적었다. 3대1이라는 완승 스코어가 말해주듯 동료 선수들이 이미 도와줬다. 김승규는 자신의 복귀전을 자축이라도 하듯 이색적인 도옴까지 기록했다.
김승규는 7000여 울산 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복귀전 '등판'했다. 장내 아나운서 엔트리 소개에서 김승규를 호명하자 한여름 무더위가 저만치 달아나도록 환영 함성이 울려퍼졌다.
전반까지 김승규는 다소 심심했다. 서울이 5개의 슈팅(유효 3개)을 기록했지만 후반부에 잠깐 몰린 것이었고, 이렇다 할 위력도 없었다.
재정비를 맞은 후반전. 울산 동료들이 김승규의 복귀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같은 J리그에서 활약하다 돌아온 김보경이 기분좋은 '총대'를 맸다.
서울 문전을 부지런히 휘젓고 다니던 김보경이 마침내 '사이다 골'을 뿌리기 시작한 것은 후반 11분. 주니오가 아크 오른쪽 지점에서 찔러 준 패스를 받은 김보경은 왼발 논스톱으로 골문 오른쪽 구석을 정확하게 뚫었다.
불과 3분 뒤 김보경이 또 번쩍였다. 황일수가 놀라운 스피드를 앞세워 왼쪽을 돌파하더니 정교하게 크로스를 했다. 느슨해진 서울 수비는 뒤에서 달려드는 김보경을 미처 마크하지 못했다. 김보경은 노마크 상태에서 교과서같은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울산이 '승기'를 잡자 '승규'가 신바람을 더했다.
26분 보기 드문, 흥미로운 추가골을 연출한 것이다. 주연 김승규, 조연 황일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승규가 골킥을 길게 찼다. 상대 수비 간격이 벌어진 틈을 노린 베테랑의 킥이었다. 롱킥은 아크 지점까지 날아갔다. 황일수가 특유의 스피드로 쇄도했고 서울 골키퍼 양한빈이 걷어내려 나왔다가 실수하면서 황일수의 단독 찬스. 결국 서울 골그물은 또 흔들렸다. 김승규의 공식 도움으로 기록됐다.
김승규는 40분 정원진의 기습 중거리골을 허용했지만 복귀전의 환희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김도훈 감독은 이날 김승규의 활약에 대해 "오늘 경기가 부담될 것이라 생각했다. 침착하게 잘해줬다. 갖고 있는 실력이 있는 선수다"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넘버원 골키퍼라는 사실을 오늘도 보여줬고,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기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승규의 복귀를 맞은 울산은 13경기 무패(9승3무)와 함께 선두 자리를 다시 찾는 기쁨도 누렸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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