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전 데뷔골' 제리치는 역시 경남의 구세주였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7-21 06:00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단 2분이면 충분했다.

소양강에서 낙동강 폭격기로 변신한 제리치가 경남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폭발시켰다. 제리치는 2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제주와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22라운드(2대2 무)에서 선발출전해, 전반 2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김준범의 높은 크로스를 타점 높은 헤더로 연결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이 원했던 바로 그 장면이 2분만에 나왔다.

지난 시즌 기적 같은 준우승에 성공한 경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축구 스타일을 바꿨다. 말컹을 극대화하기 위해 측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김 감독은 올 시즌 빌드업 축구로 방향을 바꿨다. 뒤에서부터 세밀하게 만들어가는 축구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 구성도 새롭게 했다.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정점은 외국인선수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머치와 한때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유망주 100인에 포함됐던 룩을 데려왔다. 머치는 후방에서 볼을 뿌려주고, 룩은 공을 지키고 전진하는데 능한 선수들이었다. 김 감독은 이 둘을 축으로 기존의 쿠니모토, 네게바와 함께 새로운 축구를 꿈꿨다.

하지만 김 감독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리그를 병행하며 부상자가 속출했다. 주축들이 차례로 쓰러지며 겨우내 준비했던 빌드업 축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특히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며, 후방 빌드업에 힘을 받지 못했다. 경남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와 FA컵을 조기에 탈락하고, 리그에서도 11위까지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빌드업 축구의 핵심으로 꼽은 머치가 향수병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팀을 떠났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버리고 지난 시즌 스타일로 회귀를 선언했다. 중국으로 떠난 말컹의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제리치가 낙점을 받았다. 김신욱을 상하이 선화로 보낸 전북의 막판 공세가 무서웠지만, 한박자 빠른 결정을 앞세워 이영재+현금으로 제리치를 품는데 성공했다. 제리치는 강원에서 김병수 감독의 스타일과 맞지 않아 입지가 줄었지만, 페널티박스 내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지난 시즌 득점 2위에 올랐다. 제리치는 말컹에 비해 폭발력은 떨어지지만, 기본기는 말컹 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리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비록 수비가 흔들리며 승리까지 이어지지 못했지만 확실히 팀이 안정된 모습이었다. 비단 골 뿐만이 아니었다. 공격에 확실한 축을 세운 경남은 전방의 무게감이 팀 전체에 퍼진 모습이었다. 2선에서 단조로운 패스가 넘어와도 상대 수비에 긴장감을 줬다. 지난 시즌 말컹의 팀에 준 바로 그 효과였다. 2경기 연속골 이후 잠잠했던 룩도 상대 수비가 제리치 쪽으로 분산된 틈을 타 득점까지 성공했다. 룩은 이날 측면 자원 부족으로 왼쪽 미드필더로 기용됐는데, 움직임이 워낙 좋은 선수라 제리치와 투톱을 이룰 경우 훨씬 더 나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 제리치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도 데려온다. 부상으로 쓰러진 네게바와 계약을 해지하고 산토스 출신의 오스만을 데려온다. 오스만은 첼시의 윌리안과 비슷한 스타일로 크로스와 패스에 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 오스만을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부상 회복 중인 쿠니모토가 중앙 미드필더로 가세하면 공격력만큼은 지난 시즌과 비슷, 혹은 이상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제리치라는 구세주를 얻은 경남, 경남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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