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정신'김태환 "원정 승점1점?서울 잡지못해 아쉽다"[K리그1 현장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7-01 05:20


김태환 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상암=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경기를 이기지 못해 아쉽다. 동점골 후 추가골까지 넣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울산의 투사' 김태환(30)이 30일 K리그1 FC서울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보경의 짜릿한 극장골에 힘입어 2대2로 비긴 직후 한 말이다. 이날 이 기적같은 골의 시작점은 풀백 김태환의 필사적인 크로스였다.

3번의 골대 강타, 2번의 VAR 오프사이드 노골 등 축구의 불운이 잇달았던 이날, 포기하지 않는 울산의 정신은 기어코 패배를 승점으로 돌려놓았다. 종료 직전 터진 극장골로 울산은 극적인 승점 1점을 따냈다. 비겼지만 이긴 듯한 분위기, 김태환은 승점 1점을 기뻐하기보다 승점 3점을 놓친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 했다.


김태환 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태환 골<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날 2위 서울과 3위 울산의 맞대결은 뜨거웠다. 주중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우라와 레드에게 8강행 티켓을 내준 울산으로서는 반전이 절실한 경기였다. 90분 내내 오른쪽 측면을 오르내리며 날선 크로스를 올리는 공격적인 풀백 김태환의 발끝은 눈부셨다. 시작은 골이었다. 전반 8분, '22세 이하 영건' 이동경이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나오자마자 김태환이 강력한 오른발 2차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원정에서 화끈한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울산은 전반 40분 알리바예프, 전반 43분 박동진에게 연속골을 허용했고 1-2로 역전됐다.

후반,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김태환이 오른쪽 측면을 잇달아 허물었다. 후반 25분 VAR에 의해 오프사이드 노골 판정을 받은 황일수 골의 시작점 역시 오른쪽의 김태환이었다.

1-2로 패색이 짙었던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향한 김태환의 분투는 계속됐다. 95분 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반대쪽을 향해 필사적인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불투이스가 머리로 떨군 볼을 김보경이 머리로 받아넣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탈락과 이날 갖은 불운을 단번에 날리는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골의 과정이 절실했다. 오른발을 주로 쓰는 김태환이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올렸다. 센터백 불투이스의 도움, 김보경의 '헤딩' 골도 처음이었다. 김태환은 "내가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리니까 상대수비가 오른쪽을 잡더라. 왼발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왼발로 올렸다"고 했다. 김보경은 "헤딩골은 잉글랜드에서 뛸 때 넣어본 것 말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간절했던 모두의 마음이 한데 모여 빚어낸 기적같은 극장골이었다.


극적인 동점골에 환호하는 울산<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태환은 이날 무승부 후 "지난 ACL 경기로 인해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팀이 위기를 견디기 위해서 이 경기는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기지 못해 아쉽지만 원정에서 승점 1점을 딴 것을 조금이나마 위안 삼는다"고 했다.

이날 두 차례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인해 골이 지워졌다. 습한 날씨만큼 쉽지 않은 승부였다. 김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뒤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벤치에서 계속 사이드를 돌파하고, 크로스를 올리라고 주문하셨다. 경험있는 선수들이 많아서 빨리 판정을 받아들이고 다시 했던 덕분에 마지막 골도 넣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올시즌 첫 골에 대해 김태환은 "오늘 골은 운이 좋았다. 나는 골보다 도움을 더 많이 하고 싶은 선수다. 다음에는 다른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은 도움을 하겠다"고 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자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팀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떨어지고 리그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만큼 꼭 우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뼛속까지 투사요, 팀플레이어였다.


올시즌 울산은 위기를 길게 가져가지 않았다. FA컵 32강에서 대전코레일에 일격을 당하고 성남에게 리그 첫패한 후 ACL 가와사키 원정에서 승점을 챙겼고,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 패한 후 1강 전북을 홈에서 잡으며 반전했다. ACL 상하이 원정에서 1.5군을 가동, 0대5로 대패한 후 성남에 4대1로 대승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치열했던 서울 원정에서도 울산은 극장골로 기어이 반전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김태환이 있다.

김도훈 감독은 이날 '울산의 투사' 김태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시스트를 많이 하라고 당부했는데 골까지 넣어주니 팀에 큰 도움이 된다. 대표팀 갔다와서 더 많은 노력을 하는 모습이다. 김태환은 매경기 후 언제나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선수다. 정신적인 면에서 동료선수들을 이끄는 선수다. 그런 선수와 함께하는 것을 감독으로서 기쁘게 생각한다."
상암=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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