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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프랑스)=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우리에게 소중한 골이다. 끝이 아닌 시작이라 생각한다. 오늘의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노르웨이에 페널티킥으로 2골을 허용한 후반 33분 기다렸던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골이 터졌다. 장슬기의 크로스에 이은 이금민의 백힐 어시스트, 여민지가 문전에서 넘어지며 필사적으로 밀어넣은 슈팅이 골망을 뚫었다. 장슬기-이금민-여민지,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 멤버들이 만회골을 합작했다. 9년전 FIFA U-17여자월드컵에서 8골을 몰아넣으며 골든슈, 골든볼을 휩쓸었던 여민지가 간절하던 월드컵, 최종전에서 기어이 골맛을 봤다. 비록 1대2로 패하며 3전패로 16강 탈락이 확정됐지만 이날 여민지가 쏘아올린 골은 '희망'이었다.
4년전 캐나다여자월드컵을 앞두고 여민지는 단복까지 다 맞춰놓고도,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십자인대가 끊어지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고등학교 이후 무려 3번이나 십자인대 수술을 하고도 매번 오뚝이처럼 일어섰던 그녀다.
마지막 노르웨이전을 앞두고 여민지는 결연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다. 부상으로 오지 못한 언니들의 몫까지, 여자축구 대한민국 대표라는 책임감, 여자어린이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겠다."
노르웨이전, 윤덕여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여민지를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기용했다. '20세 이하 월드컵 3위' 지소연과 함께 투톱으로 나서 강력한 투지로 노르웨이를 압박했다. 누구보다 절실했던 여민지가 프랑스여자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유일한 골을 기록했다. 추가시간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날 강호 노르웨이를 상대로 점유율 61%, 23개의 슈팅, 7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축구를 사랑하는 프랑스 랭스의 관중들도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달리는 한국을 응원했다. 후반 추가시간 여민지의 헤더를 마지막으로 윤덕여호는 프랑스여자월드컵을 마감했다.
2003년 미국 대회 3전패, 2014년 캐나다 대회 1승1무1패 16강을 기록했던 한국은 세 번째 월드컵 최종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며 분투했지만 끝내 승점을 가져오지 못했다. 베오그라드유니버시아드 금메달, U-20 월드컵 3위, U-17 월드컵 우승을 기록한 '황금세대'가 함께한 월드컵, 마지막 분투가 빛나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3경기에서 3패, 1골 8실점, 조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A조에서는 3전승한 프랑스와 2승1패를 기록한 노르웨이가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여민지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오늘의 이 마음을 돌아가서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울먹였다. 이금민과 함께 빚어낸 만회골에 대해 "우리에게 소중한 골이고,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상 때문에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윤덕여 감독님, 김은정 코치님만 믿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솔직히 많은 분들 잘 모르신다. 여자축구의 현실…, 우리 감독님, 코치님, 여자축구 지도자분들 얼마나 노력하시는지도 모르신다. 저는 우리 선생님들 진짜 최고라고 생각한다. 선생님들 밑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사를 표했다. "여자축구 현실이 아직 많이 열악하지만 우리는 국가대표니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더 앞장서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야 한다"면서 "지금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선수들 모두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돌아가서 WK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한편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윤덕여호는 18일 오후 파리 샤를 드골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라 19일 오전 7시15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다음 목표는 내년 2월 시작되는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전이다. 한국은 단 한번도 올림픽 여자축구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다. 월드컵 16강 탈락의 아픔과 교훈을 가슴에 품은 채 24일부터 재개되는 WK리그에서 새 마음으로 새 도전을 시작한다.
랭스(프랑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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