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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최근 위기였다.
지난 시즌 기적 같은 준우승을 달성한 경남은 겨우내 폭풍영입에 나섰다. 말컹, 최영준 박지수가 빠졌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조던 머치,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 출신의 룩, 김승준 곽태휘 송주훈 고경민 등이 들어왔다. 지난 시즌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당연히 구상했던 축구가 제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4연패에 빠졌다. ACL 16강 여부가 달려있던 산둥 루넝(중국)전마저 1대2로 패했다. 산술적인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16강이 쉽지 않은 상황. 경남이 현실적으로 노릴 수 있는 대회는 FA컵 뿐이었다. 하지만 경남은 12일 강원전에서 전반 19분만에 우주성이 퇴장당하며 10명으로 70분을 넘게 소화했다. 부상자가 많아 강원전 멤버가 그대로 나서야 했다. 상대는 올 시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디펜딩챔피언' 대구, 누가 봐도 경남이 불리한 경기였다.
하지만 경남은 최악의 상황 속, 반전에 성공했다. 경남은 15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대구와의 2019년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이영재의 활약을 앞세워 2대0으로 이겼다. 경남은 최근 공식 경기 4연패에서 탈출하며 FA컵 8강에 올랐다.
전북, 울산, 서울이 떨어지며, FA컵은 도전할만한 대회가 됐다. FA컵 우승팀에는 ACL 진출권이 주어진다. 이번 대구전만 넘기면 수월한 대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를 넘을 경우, 8강 상대는 K3의 화성FC였다. 경기 전 만난 김종부 경남 감독은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이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승부수는 이영재 시프트였다. 김 감독은 이영재를 오른쪽 날개로 기용했다. 김 감독은 "사실 이영재의 본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지만 아직 수비적인 부분과 체력에서 문제가 있다. 그래도 그의 기술을 활용하고, 빌드업을 강화하기 위해 측면에 넣었다"고 했다. 이 승부수는 완벽히 통했다. 이영재는 전반 37분 고경민의 첫 골을 도운데 이어 43분에는 직접 쐐기골을 넣었다. 후반 4분 김우석의 핸드볼 퇴장을 만든 슈팅도 이영재였다.
이영재의 원맨쇼만 빛났던 것이 아니다. 수비진의 집중력도 돋보였다. 배승진 우주성 이광선 안성남은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ACL을 제외하고 리그와 FA컵에서 첫번째 무실점에 성공했다. 경남은 FA컵 승리를 통해 반등을 위한 서막을 열었다.
창원=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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