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 1도 없이 챔스 결승행, 유럽 홀린 포체티노 '매직'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5-09 12:59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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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홋스퍼 감독은 아약스전을 마치고 토트넘 원정팬들이 모인 스탠드석으로 달려갔다. 그 앞에서 절을 하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두 팔을 번쩍 들었다. 팬들은 "포체티노~ 알다시피 그는 매직~" 응원가로 화답했다.

'매직'이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에서 이룬 업적은 '매직'에 가깝다.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 유럽유로파리그에 어울릴 법한 팀을 맡아 프리미어리그 빅4,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어울리는 팀으로 바꿔놓았으니. 단순한 참가에 그치지 않고 올 시즌(2018~2019)에는 토트넘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까지 이끌었다. 토트넘은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루카스 모우라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대2로 승리, 1차전 0대1 패배를 극복했다. 포체티노 감독과 같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토트넘 레전드로 추앙받는 오스발도 아르딜레스와 훌리오 히카르도 빌라는 현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6월 1일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릴 결승전 상대인 리버풀이 유럽 정상을 꿈꾸며 수비수와 골키퍼에 수백억,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사이, 토트넘은 지난여름 선수 영입을 한 명도 하지 않은 채 시즌에 돌입했다. '영입 제로'는 유럽 빅리그에서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해트트릭을 한 모우라가 가장 최근 영입생이다. 신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공사 문제로 지난 3월까지 웸블리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이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14년부터 5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식 조직력 축구와 긍정 리더십이 통했다는 평가다. 그는 4월 '골닷컴'과 인터뷰에서 "영입이 없다는 것은 야망이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우린 변화 없이 선수를 지켜냈다. 새 경기장에 대한 기쁨으로 시즌 막판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진가는 유럽 무대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UCL 조별리그에선 인터밀란과 PSV에인트호번을 탈락시켰다. 조별리그 최종전 바르셀로나 원정 1대1 무승부가 결정적이었다. 그날도 모우라가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16강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가볍게 누른 토트넘은 8강에서 '우승후보' 맨시티를 만났다. 8강 1차전에서 주포 해리 케인이 불의의 부상을 당한 악재 속에서 손흥민이 홈 앤드 어웨이 2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었다. 2차전에서 3대4로 패했으나, 원정다득점 원칙에 따라 준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토트넘은 지난시즌에도 16강에서 유벤투스를 강하게 압박했었다. 1차전 원정 2대2 무승부 이후 홈에서 1대2로 석패했다. 해당시즌 조별리그에선 우승팀 레알마드리드를 홈에서 3대1로 대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사상 첫 UCL 결승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 직후 눈물을 흘린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이 순간을 사랑하자. 이 열정을 느껴라'고 했다. 이 게임이 바로 그것을 보여줬다. 축구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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