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펼쳐진 기적, 손흥민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는 UCL 결승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9-05-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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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 연이틀 드라마가 이어졌다. 전날 리버풀이 1차전 0대3 패배를 딛고 2차전에서 4대0 대역전 드라마를 쓴 '안필드의 기적'에 이어 9일(한국시각)에는 토트넘이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이뤄냈다. 토트넘은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크루이프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와의 2018~2019시즌 UCL 4강 2차전에서 후반 51분 터진 모우라의 역전 결승골로 3대2로 이겼다. 1차전에서 0대1로 패한 토트넘은 1, 2차전 합계 3대3, 원정 다득점 규정으로 창단 첫 UCL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토트넘의 UCL 최고 성적은 2010~2011시즌 8강이었다.

그야말로 갱 없는 드라마였다. 토트넘은 전반 2골을 내줬다. 전반 5분 데리흐트에게 선제골을 내준데 이어 35분에는 지예흐에게 추가골까지 허용했다. 16강에서 레알 마드리드, 8강에서 유벤투스를 꺾고 올라온 아약스의 기세는 대단했다. 반면 토트넘은 리그의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아약스의 엄청난 압박과 기동력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토트넘이 뒤집기 위해서는 3골이 필요했다.

그 누구도 아약스의 결승행을 의심치 않은 순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마법이 시작됐다. '게임 체인저'는 페르난도 요렌테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빅토르 완야마를 빼고 장신 공격수 요렌테를 투입했다. 요렌테는 높이를 바탕으로 아약스의 중앙을 흔들었다. 분위기가 바뀌었다. 해결사는 이날의 '슈퍼히어로' 루카스 모우라였다. 후반 10분 역습 상황에서 폭풍같은 질주로 만회골을 만든 모우라는 4분 뒤 혼전 상황에서 놀라운 발재간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2-2, 동점. 이대로 끝나면 결승에 오르는 아약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지만, 분위기는 요동쳤다. 그토록 경기를 잘했던 아약스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토트넘은 계속해서 아약스를 괴롭혔지만, 종료직전 얀 베르통언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까지 따르지 않았다. 주어진 5분의 추가시간도 모두 흘러갔다. 마지막 단 한번의 찬스, 롱패스가 델레 알리에 흘렀고, 알리의 패스를 받은 모우라가 뛰어들며 왼발로 아약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3-2 대역전, 토트넘이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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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체티노 감독은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아이처럼 울었다. 그는 "이같은 감정을 만들어준 축구에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영국 레전드들은 "믿을 수가 없다"며 선수들에 찬사를 보냈다. '영웅' 모우라는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모우라는 "내 인생, 내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라며 "나는 항상 내 동료를 믿었다. 우리는 키플레이어 없이도 승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나는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모우라의 말대로 토트넘 선수들 모두가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 중심에는 손흥민도 있었다. 1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한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맨시티와의 8강전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경기 전부터 2차전의 키플레이어로 주목 받았다. 손흥민은 묵묵히 제 몫을 했다. 아쉽게 득점 찬스를 무산 시킨 장면도 있지만, 최전방부터 좌우 측면을 오가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영국 매체 '스포스키다'는 '손흥민은 후반전에 슈팅 6개를 시도했고, 패스 성공률 93%를 자랑했다. 득점은 없었지만, 아약스 진영을 혼란스럽게 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며 모우라와 함께 승리의 수훈갑으로 꼽았다. 영국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도 준수한 평가인 평점 7.9점을 줬다.

이날 승리로 손흥민은 시즌을 이어가게 됐다. 손흥민은 지난 4일 본머스와의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뒤 잉글랜드축구협회(FA)에서 징계를 받았다.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으로 EPL 최종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이날 승리로 올 시즌을 한 경기 더 치르게 됐다. 그 한 경기가 바로 UCL 결승전이다. 손흥민이 그라운드를 밟는다면 한국인 사상 두번째 UCL 결승 무대에 오르게 된다. 8년 전 맨유에서 뛰던 박지성은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에 출전한 바 있다. 당시 박지성은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로테이션 선수였던 박지성과 달리 손흥민은 핵심 공격수로 활약하는만큼 무난히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항상 꿈꾸오던 무대이다.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꿈을 꿔왔겠는가"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초만 해도 들어가는 것이 골이다. 2대2가 됐을 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며 "결승 상대 리버풀과는 EPL에서 많이 붙어봤다. 부상 선수도 돌아오는만큼 잘 준비해서 결승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자신의 커리어 최초 UCL 결승전에 오른 손흥민, 과연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품을 수 있을까. 토트넘과 리버풀의 UCL 결승전은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펼쳐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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