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 필드 위에서도 '에이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4-30 05:53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대구FC가 주최하고 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스포츠서울, 스포츠동아, 스포츠월드,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후원하는 '2019년 축구인 골프대회'가 29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CC에서 열렸다. 전북 이동국, 설기현 전 감독, 대표팀 최태욱 코치, 인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4.29/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현대, 대구FC가 주최하고 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스포츠서울, 스포츠동아, 스포츠월드, 일간스포츠 등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후원하는 '2019년 축구인 골프대회'가 29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CC에서 열렸다. 전북 이동국, 설기현 전 감독, 대표팀 최태욱 코치, 인천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4.29/

"이 정도 치면 괜찮은 것 맞나요?"

매서운 눈빛으로 골프공의 낙하지점을 바라보던 이동국(40·전북)이 한마디 툭 던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후배' 최태욱(38) A대표팀 코치는 "형, 정말 잘 친다"며 부러움 섞인 답변을 내놨다. 캐디는 한 술 더 떴다. "아휴, 여기는 일반인이 아니잖아요. 일반인은 이 정도 거리 안 나와요. 너무 길어서 거리를 잴 수가 없어요."

'라이언 킹' 이동국이 잠시 축구화를 벗고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 이동국은 29일 경기도 용인 코리아CC에서 열린 '2019 축구인 골프대회(스포츠조선, 스포츠경향,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월드, 일간스포츠 후원)에 참가했다. 그는 흰 바람막이에 회색 바지를 입고 필드 위에 들어섰다. 현역 선수 중 유일한 참가자였다. 군살 없는 탄탄한 몸매에 여기저기서 "골프 의류 모델 같다", "축구 선수인지 골프 선수인지 모르겠다"며 칭찬이 쏟아졌다.

필드 위 '찰떡' 패션 만큼이나 실력도 '엄지척'이었다. 첫 샷부터 장타를 뿜어내며 호쾌한 시작을 알렸다. 한 조에서 실력을 겨룬 설기현 전 성균관대 감독(40)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38) 최 코치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첫 번째 홀에서 손끝 감각을 끌어 올린 이동국은 두 번째 홀부터 기량을 과시했다. 이른바 '신계' 실력을 자랑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이동국 자신도 깜짝 놀란 듯 "나 왜 이러지?"라며 웃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대회가 열린 날은 이동국의 마흔 번째 생일이었다. 그는 전날 저녁, 오남매에게 '깜짝 생일 축하'를 받았다. 이동국은 "전주에서 경기를 마친 뒤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이들이 케이크를 들고 서 있더라고요. 깜짝 선물을 받았죠"라고 흐뭇한 미소지었다. 오남매의 에너지를 받은 이동국은 필드 위에서 펄펄 날았다.

오랜만에 조우한 축구계 선후배와의 만남도 힘이 됐다. 이동국은 "이렇게 많은 축구계 선배들과 함께 운동한 적이 없어요. 세월의 흔적은 지울 수 없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라운딩을 함께 한 멤버들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함께 뛰었던 '역전의 용사들'이다.

감회가 남달랐다. 이동국은 "2000년 시드니에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에요. 당시 허정무 감독님이 팀을 이끄셨어요. 오전에 잠깐 인사를 나눴는데 '5년 더 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2000년에 훈련을 조금만 덜 했으면 그럴 수 있지만, 안 될 것 같다'고 농담했어요. 감독님께서 얘기를 제대로 안 듣고 가신 것 같은데요"라며 허허 웃었다.

옆에 있던 이 실장도 잠시 추억에 잠긴 듯했다. 이 실장은 "시드니올림픽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퇴장을 당했어요. 태클을 들어가는데 상대 선수 머리가 있었죠. 살짝 피했는데 상대가 헐리웃 액션을 해서 퇴장당했죠. 그래도 그 경기에서 (이)동국이 형이 골을 넣어서 이겼어요. 아, 그때 스페인전에서 패하지만 않았어도 우리가 8강에 갈 수 있었는데"라며 슬며서 말끝을 흐렸다. 최 코치는 '고개숙인 친구'를 다독였다. 그는 "당시 체력 훈련을 정말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요. 남산 등산을 그렇게 많이 했어요. 체력은 보통 (박)지성 형, (이)영표 형, 기현이 형, 천수가 가장 좋았어요"라며 웃었다.


도란도란 추억을 나누며 라운딩을 하던 동지들. 하지만 '유독' 한 사람만 웃지 못했다. 바로 설 전 감독이었다. 그는 몇 차례 벌타를 받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캐디가 "원래 이 정도가 일반인 수준"이라고 말해 동료들에게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이 실장이 "기현이 형은 몇 번을 치는 건지 모르겠어요. 공이 많은 건지, 캐디께 레슨을 받고 있어요"라며 놀렸을 정도.

동료들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필드를 돈 이동국. 그는 20년 전으로 돌아가 장난꾸러기 포즈로 사진을 찍는 등 추억을 쌓았다. 이동국은 "군대를 제대하고 골프를 배웠어요. 2005년쯤이니까 10년이 넘었네요. 영국에 있을 때는 기현이 형과 골프를 치기도 했어요. 하지만 (경기 때문에) 1년에 필드 나올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도 나오니 좋네요. 오늘도 회복 훈련 삼아서 하고 있어요"라며 밝게 웃음 지었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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