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앉으면 최소 30분…'투머치토커'이임생과 데얀, 상생의 길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4-19 05:20


수원 데얀. 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이임생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 시즌 수원 삼성 주전 공격수로 13골(33경기)을 터뜨린 데얀은 올 시즌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지난 17일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32강전을 포함해 올 시즌 8경기 중 4경기에 선발, 4경기에 교체로 나섰다. K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공격수로 평가받는 데얀의 벤치행은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데얀이 올 시즌 지휘봉을 잡은 이임생 감독에게 '선발로 뛰고 싶다'는 의중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이임생 감독은 데얀의 불만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생각은 확고하다. 저조한 체력 테스트 결과와 타가트의 역할 등을 이유로 당분간 데얀을 후반 조커로 기용할 계획. "데얀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순 없다. 본인이 증명했을 때, 그때 의견을 존중하려고 한다."

하지만, 갈등설로 보기엔 FC서울과 결별해야 했던 2년 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당시엔 코치진과 소통이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금은 이임생 감독과 충분한 시간을 들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주 앉았다 하면 30분 이상이란다. 싱가포르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임생 감독이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얘기한단다.

경기장에서도 데얀이 요구사항이나 불만을 이야기하면 이임생 감독이 바로바로 피드백을 준다. 에이전트 또는 통역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오해가 생길 확률이 줄어든다. 이임생 감독은 "외국에서 감독을 할 때,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용병 선수들을 강하게 다뤘다. 실수였다. 강약조절을 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데얀과는 긴 여정을 함께 해야 한다. 서로 친구처럼 싸우기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눌 생각"이라고 말했다.

밖에선 데얀이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지만, 실제론 둘 사이에 약속이 지켜지고 있다. 이임생 감독은 FA컵 포항전에서 데얀에게 후반 45분 출전을 약속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치고, 타가트가 부상을 한 상황도 아니었지만, 데얀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했다. 데얀이 강원 원정에서 후반 교체출전해 올 시즌 첫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치자 이어진 대구FC전에서 선발 기용했다. 지난해처럼 주전이 보장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출전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크게 볼 때, 타가트의 가세로 내부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효과도 보고 있다.

수원은 최근 시즌 초 부진을 씻어내고 컵대회 포함 4경기 연속 무실점 및 5경기 연속 무패행진 중이다. 굳이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어 보이는 안정적인 흐름. 하지만 최근 4경기에서 전반 득점이 없다. 공격 작업이 매끄럽지 않다. 박스 안 테크닉이 뛰어난 데얀이 문제 해결사로 나서야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수원은 '여름 데얀'이라는 별명대로 날이 풀리면 컨디션이 살아나는 데얀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생 프로젝트'가 제대로 작동하면 수원은 지금보다 더 무서운 팀이 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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