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아이파크 홈경기 첫승까지…우여곡절 수중전 스토리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4-08 06:10



"변해야 산다."(조덕제 부산 감독)

"복수전이다."(고종수 대전 감독)

결과는 조덕제 감독의 판정승. '조덕제의 변신'은 무죄였다. 조 감독이 이끄는 부산 아이파크가 천신만고, 수중전 혈투 끝에 시즌 첫 홈경기 승리를 수확했다.

많은 봄비가 내리는 열악한 상황에서 애만 태우다가 경기 종료 직전 '극장골' 덕분에 거둔 승리라 더 짜릿했다. 부산은 7일 구덕운동장에서 벌어진 2019년 하나원큐 K리그2 5라운드 대전과의 경기서 디에고의 '극장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하며 시즌 2승째(2무1패)를 챙겼다. 올시즌 3경기 만에 홈경기 첫승과 함께 순위도 3위로 뛰어오른 기쁨은 보너스였다.

부산으로서는 정말 가슴 졸이는 올시즌 가장 인상적인 경기로 기록될 만한 홈경기 승리였다.

'변신' vs '복수'

조덕제 부산 감독은 경기 전 "속상해 죽겠다"고 말했다. 시즌 5라운드째건만 홈경기 승리가 여태 없었기 때문이다. 4라운드까지 순위도 6위(1승2무1패)였다. 우승 후보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하지 못할 성적이다. 조 감독은 수원FC 시절을 비교하며 고충을 토로했다. "수원FC에 있을 때와 완전 딴판이다. 부산이 강팀 전력이라서 그런지 우리를 만나는 상대는 극도로 내려선다. 우리는 거기에 말려서 '공격 앞으로'를 추구하다가 역습에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 감독은, 수원FC의 1부 승격 신화를 이룰 때 화끈한 공격축구가 트레이드마크였다. 수원FC는 상대에게 만만하게 여겨져서 상대가 공격 지향으로 나와 조 감독의 전술이 통했는데 부산은 반대인 것이다. 코치진과 대책회의를 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실리축구'도 해보자는 코치들의 조언에 조 감독은 선뜻 내키지 않았다. "수비축구를 하면 팬들이 좋아하겠느냐, 그게 무슨 축구냐. 공격이 최고의 수비인데…." 하지만 홈경기 승리가 급한 상황. 조 감독은 고집을 살짝 꺾었다. 선수들에게도 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 경기까지는 너희들이 해보고 싶은데로 마음껏 해봐라."


반대쪽 라커룸의 고종수 대전 감독은 '복수전'을 키워드로 꼽았다. 부산이 홈 승리가 없는 반면 대전은 올시즌 '원정깡패'였다. 지난해 10년 만에 부산 원정 징크스를 깬 기억을 떠올렸다. 고 감독은 "원정 징크스 깨고 나니 갚을 게 또 생겼다. 플레이오프 복수전이다"라고 말했다. 대전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부산에 패하는 바람에 승강 PO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리 선수들이 작년 말 PO의 아픈 기억 때문에 부산전을 단단히 준비하고 왔다"는 게 고 감독의 설명이었다.


험난한 수중전 그래서 더 짜릿!

득점없이 비긴 전반전. 부산이 조 감독의 예고대로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해서일까. 무득점만큼이나 다소 김빠진 대결이었다. 그 사이 부산은 계속 아쉬움만 삼켰다. 전반 8분 이동준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대전 골키퍼 박주원의 슈퍼세이브에 막혔고 31분 호물로 특유의 왼발에 걸린 슈팅이 옆그물을 때렸다. 소득없이 전반이 끝나자 조 감독은 폭발했다. 그는 라커룸에서 가진 하프타임 미팅에서 "그렇게 집중력도 없이 축구를 하면 어떻게 이기느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고 했다.

부산은 후반 들어 공격 본색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실리축구하다가 속터져 죽을 것 같았던 모양이다. 부산은 후반 2분 만에 또 땅을 쳤다. 노보트니가 슬라이딩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박주원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그런가 하면 7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헤더에 의한 골이 나왔지만 비디오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됐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그 사이 부산은 허를 찔렸다. 14분 왼쪽 측면에서 날카롭게 올라온 박수일의 크로스에 키쭈가 발을 갖다댄 것이 골키퍼의 손을 맞고 골문을 뚫었다. 약이 오른 부산은 노보트니 대신 디에고를 투입하며 라인을 더 끌어올렸다. 이것이 '신의 한수'였다. 디에고는 교체 투입 12분 만인 37분 이동준의 동점골을 도왔다. 이후 세찬 빗줄기 만큼이나 부산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득점 직전 상황까지 몰고갔다가 탄식만 쏟아낸 게 몇 번인지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두드리면 열린다고. 하늘은 부산을 외면하지 않았다. 득점 찬스를 자꾸 놓쳤던 디에고가 후반 추가시간인 46분 과감한 문전 돌파에 이어 기어코 골망을 흔들었다. 눅눅하게 불쾌했던 봄비는 부산 팬들에게 사이다같은 '단비'로 변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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