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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세요. 올해 분명히 달라집니다."
서울의 간판 선수 박주영(34)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들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박주영의 진가는 3일 홈에서 열린 포항과의 개막전(2대0 승)에서 확인됐다. 박주영은 이날 박동진과 함께 선발 투톱으로 나서 후반 추가시간인 46분 교체될 때까지 90분 이상을 뛰었다.
수비수 출신 박동진이 처음으로 최전방으로 나선 까닭에 투톱의 위력에 반신반의했지만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 이는 박주영이었다.
'수트라이커' 황현수가 2골을 모두 넣었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숨은 공신은 박주영이었다. 전반 10분 선제골, 전담 키커인 박주영이 오른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수비수 맞고 나오자 고요한이 잡아 오른 측면의 박주영에게 연결했고, 박주영이 특유의 개인기로 상대 마크맨을 흔든 뒤 크로스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웅희가 쇄도하며 시도한 헤더가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황현수가 다시 머리로 해결한 것.
선제골의 단초가 된 이 코너킥 찬스도 박주영이 만들었다. 박주영은 밀집수비를 뚫고 문전까지 매섭게 돌파했고, 포항 수비가 황급히 걷어냈다.
28분 추가골도 왼쪽 코너킥을 맡은 박주영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박주영의 킥을 걷어낸 것이 알리바예프의 세컨드볼을 거쳐 황현수에게 연결됐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박주영의 구질이 좋아 전담 키커로서 위협적이다. 박주영의 움직임이 활력소가 됐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기대에 딱 맞는 활약이었다.
첫술에 배부르랴, 박주영의 개막전 활약이 '어쩌다 얻어 걸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서울 구단은 박주영에 대해 근거있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올해 만큼은 제대로 '준비된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지난 겨울 1차 괌 전지훈련부터, 2차 가고시마 캠프까지 모든 스케줄을 소화했다. 시간만 때운 게 아니다. 최 감독은 "박주영이 고참이라고 해서 봐 준 것 없다. 후배들과 똑같이 모든 힘든 일정을 소화했고 오히려 내가 좀 쉬어가며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박주영이 입단한 이후 동계훈련을 제대로 소화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2005년 프로 데뷔한 베테랑 박주영이 이제서야 동계훈련을 처음으로 풀타임 소화했다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박주영은 서울에서 데뷔할 때부터 20세이하, 23세이하대표팀, A대표팀 등 각종 대표팀에 차출되며 청소년선수권,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에 불려다녔다.
입단 초기 소속팀보다 대표팀에 불려가는 날이 더 많아 "서울에서 대표팀 선수를 잠깐 차출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들었다. 그러니 동계훈련 참가는 언감생심이었다.
2008년 AS모나코 입단으로 해외 진출했다가 2015년 서울로 복귀한 뒤에는 부상 또는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 지연 등으로 동계훈련을 함께 시작하지 못했었다. 박주영은 요즘도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같은 여러 사유로 인해 '겨울나기'를 못했던 그가 이번에 제대로 맞춰왔으니 '회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여기에 박주영과 찰떡 궁합 최용수 감독의 '기술'도 녹아들었다. 최 감독이 복귀하기 전까지만 해도 박주영은 리그 일정 가운데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 팀내 파찰음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박주영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구단-지도자와의 신뢰와 소통 부재가 더 큰 원인이었다.
최 감독은 복귀 직후 박주영을 끌어안았다. 박주영을 편애하는 게 아니라 부활하는 박주영을 만들고 싶어서였다. 누구보다 박주영을 잘 알고 다룰 줄 아는 이가 최 감독이다. 최 감독이 "우리 팀에는 박주영같은 에이스, 간판 선수가 필요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주영이 부활하면 팀도 팬들도 신바람 상승이다. 박주영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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