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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벤투 감독님, 이제 캡틴 KI를 놓아줘야 할 시간입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9-01-24 17:42


한국과 필리핀의 2019 아시안컵 조별예선 1차전 경기가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기성용이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07/

한국과 바레인의 2019 AFC 아시안컵 16강전이 22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황희찬이 선제골을 넣고 황인범과 함께 기성용의 등번호 16을 그려보이고 있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1.22/

국가대표 미드필더 기성용(30)이 다쳐서 소속팀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돌아갔다. 한창 열기가 뜨거운 2019 UAE 아시안컵에서 중도하차했다. 건강하게 한국 축구 A대표팀에 합류했던 그는 오른쪽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쳤다. 지난 7일 필리필과의 조별리그 1차전 선발로 58분 출전이 전부였다. 기성용은 59년 만의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재활 치료 및 훈련에 매진했다. 조별리그 키르기스스탄전과 중국전을 결장하고 바레인과의 16강전에 초점을 맞췄지만 다친 햄스트링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불편함을 느꼈고,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의료진, 코칭스태프 등과 함께 검토한 끝에 소속팀 복귀를 결정했다.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정말 좋은 경험이 많은 선수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기성용은 우리가 추구하는 플레이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지만, 이제 기성용 없이 해야 한다. 기성용을 돌려보내는 건 모두를 위한 결정이다. 빨리 재활해서 복귀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조용히 대표팀을 떠났고, 동료 태극전사들은 바레인전서 득점할 때마다 떠난 '캡틴 기(KI)'를 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기성용의 몸이 한창 때 같지 않다. 나이만 보면 30세로 아직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선수가 힘들다고 한다. 기성용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이후 조심스럽게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내비쳤다. 그 시점을 이번 아시안컵으로 봤다. 기성용은 부상으로 러시아월드컵 마지막 독일전도 벤치에서 지켜봤다.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단장(광주FC)은 러시아월드컵 직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힘들다는 내색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러시아월드컵 전후로 자신의 몸을 걱정했다. 국가대표가 되는 건 매우 소중한 일이다. 기성용은 지난 10년 남짓 A매치 100경기 이상을 뛰었다. 유럽과 한국을 비행기를 타고 수도없이 오갔다. 지칠 때도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기성용은 2008년 9월 5일 요르단전에서 A매치에 데뷔했다. 이후 10년 동안 큰 부상 없이 연 평균 A매치 10번 정도 출전했다. 총 A매치 110경기(10득점)에 출전했다. 한국 현역 선수 최다 기록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부터 2014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총 3차례 월드컵 본선에 나갔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첫 원정 16강에 큰 공을 세웠고, 이후 두번의 월드컵에선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기자는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취재하면서 기성용의 성숙된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당시 신태용호와 태극전사에게 쏟아졌던 팬들의 맹비난을 온몸으로 막았다. 당시 언론과 팬들을 향해 "이제 잘 하겠다는 거짓말을 더이상 못하겠다. 경기 결과가 나오면 비난을 달게 받을테니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좀 자제해달라. 선수들에게 힘을 달라"고 읍소했다. 당시 태극전사들은 조별리그 2패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기성용과 손흥민을 중심으로 하나가 됐다. 그 결과가 기적같은 독일전 2대0 승리다.

수비형 미드필드로서 기성용의 쓰임새는 여전히 존재한다. 자로잰듯한 롱 패스와 안정감 있는 볼키핑력 그리고 공수 흐름 조율은 태극전사 중 여전히 최고다.

그런데 안타깝게 걸림돌이 있다. 잦은 부상이다. 기성용의 최근 2~3년 부상 이력을 살펴보면, 무릎, 종아리, 햄스트링이 주기적으로 고장나고 있다. 다쳐서 돌아간 기성용은 당장 강등권 싸움을 해야 하는 뉴캐슬(17위)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뉴캐슬 베니테스 감독이 이 상황을 좋아할 리 없다.


몸이 성하지 않는 기성용에게 계속 A대표팀의 역할을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대표 은퇴 여부를 기성용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그동안 헌신한 선수에게 못할 일이다. 현재 벤투 감독이 기성용의 대표팀 발탁 전권을 갖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수뇌부 그 누구도 기성용의 국가대표 은퇴를 두고 벤투 감독을 압박할 수 없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발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다"며 말을 아꼈다. 벤투 감독도 아직 기성용의 국가 대표 은퇴에 대해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성용은 기량이 좋은 선수다. 대표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자주 몸이 아픈 기성용에게서 대표팀의 큰 중압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해주자. 황인범(23) 같은 젊은 유망주가 지금은 좀 부족하지만 앞으로 기성용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nogoon@sportschosun.com·스포츠전략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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