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명색만 '디펜딩챔프', 호주 축구가 약해졌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1-22 05:55


호주 수비수 트렌트 새인스베리가 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우즈베키스단 엘도어 쇼무로도프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듯이, 화려한 타이틀 뒤에는 내용이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아시안컵 2연패에 도전하는 호주 축구가 알고보니 허수아비였다. 4년 전에 비해 턱없이 약해진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호주 사람들에게는 걱정거리 일 수도 있지만,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호재다. 어쩌면 이런 호주와 준결승에서 대결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21일 밤(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 셰이크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4대2로 간신히 8강행 티켓을 획득했다. 전후반 90분에 이어 연장 전후반 30분까지 합쳐 120분의 혈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시간 내에는 승패가 나지 않았다. 이미 후반 막바지부터 눈에 띄게 체력이 저하된 두 팀은 카운터 펀치를 날리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무엇보다 지난 2015년 아시안컵 우승팀인 호주의 경기력이 너무나 부실했다. FIFA 랭킹에서 무려 54단계나 낮은 우즈베키스탄(랭킹 95위)을 상대로 전혀 위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방에서부터 이뤄지는 빌드 업은 느리고 부정확했다. 또한 미드필드 라인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이어지는 패스도 번번히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에게 커트 당했다. 불필요하게 보이는 후방 패스나 무의미한 크로스가 또 다시 등장했다. 어떤 면에서 호주는 골을 넣기보다 차라리 무승부로 승부차기에 돌입하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호주의 무기력한 모습은 이미 조별 예선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호주는 지난 6일 요르단과의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0대1로 패하며 초장부터 체면을 구겼다. 전반 26분에 선취골을 내준 뒤 동점을 위해 사력을 기울였으나 끝내 만회골을 넣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이후 열린 팔레스타인(3대0 승리), 시리아(3대2 승리)전에서 연승을 거두며 16강에 올렸지만, 상대가 약한 팀들이라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우즈베키스탄과의 16강전에서도 조별 예선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반복됐을 뿐이다. 당장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호주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잃어버린 건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에는 호재다. 16강 대진표 상 한국과 호주가 계속 토너먼트를 통과한다면 준결승에서 만나게 되는 까닭. '4년전 호주'였다면 분명 벤투호에 큰 부담이자 우승으로 가는 길의 최대 난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호주는 '4년 전 그 팀'이 아니다. 16강전에서 나온 실력이 전부라면 벤투호가 충분히 기량으로 압도할 수 있다.

냉정히 보면 호주가 4강까지 올라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아랍-키르키스스탄 전 승자와 8강에서 만나는 데 두 팀 모두 전력 향상이 뚜렷해 호주가 쾌승을 장담키 어려운 까닭. 과연 호주는 디펜딩 챔피언의 모습을 되찾아 준결승 티켓을 따낼까. 혹은 16강전처럼 행운의 힘을 빌리게 될까. 8강전이 사뭇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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