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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59년만의 아시안컵 정상 복귀는 쉽지 않은 미션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 2019년 UAE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후반 22분 터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결승골로 1대0으로 이겼다. 한국은 어렵게 승점 3점을 확보했지만, 목표로 한 다득점에 실패하며 조 1위를 향한 전선에 노란불이 켜졌다. 그야말로 신승이었다. 하마터면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만큼 내용이 좋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필리핀의 밀집수비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는 "우리가 했던대로 경기를 지배하고 컨트롤 하려 했다. 하지만 상대가 내려서서 플레이하며,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벤투 감독은 한국 지휘봉을 잡고 이같은 밀집수비를 경험하지 못했다. 코스타리카를 시작으로 칠레, 우루과이, 파나마, 호주, 우즈베키스탄, 사우디까지 한국과 비슷하거나 한수위의 팀을 만났다. 당연히 맞부딪히는 경기를 했다. 공간 확보에 성공하며, 섬세한 패스와 측면의 빠른 돌파를 활용한 공격전술이 위력을 발휘했다. 끈끈하기로 유명한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2골을 넣었던 벤투호다.
하지만 벤투호는 밀집수비 앞에서 무기력했다. 사실상 베스트 전력을 내세웠지만, 이전까지 보여준 공격전술을 펼치지 못했다. 앞으로 한국을 상대할 팀들은 더 빽빽한 밀집수비를 뚫고 나올 것이 뻔하다. 밀집수비 타파가 비단 이번 대회만의 고민은 아니었지만,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는만큼 수비 숫자를 늘리는 상대의 전략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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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벤투 감독의 해법은 '하던대로'다. 그는 "득점 하기 전까지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다음 경기부터 더 잘 준비해서 공격을 정교하게 만들겠다. 그렇다고 다른 방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한 공격을 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실 바꿀 카드도 없다. 공격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은 '주전 원톱' 황의조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렇다고 김신욱(전북) 같은 타깃맨은 아니다. 2선 백업으로 분류되는 이청용(보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은 필리핀전 주전으로 나선 황희찬(함부르크)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큰 차이가 없다.
기존 전술과 전략을 들고 나서지만, 차이를 줄 수 있는 방법. 결국 답은 '손샤인' 손흥민(토트넘)이다. 지난 사우디와 최종 평가전(0대0 무)부터 필리핀전까지 손흥민에 대한 절실함만 커졌다. 한국은 손흥민 없이 치른 최근 2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다. 지난 두 경기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개인기였다. 상대 수비와의 1대1에서 우위를 보이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황희찬만이 빛났다. 돌파가 되면 수비가 한쪽으로 쏠리고, 반대쪽에 기회가 날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되지 않다보니 당연히 밀집수비를 뚫을 여지를 찾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 부분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다. 최근에는 물이 올랐다. 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비롯해,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장점이었던 스피드와 슈팅에 세밀한 기술까지 더했다. 설령 돌파를 하지 못하더라도, 손흥민의 이름값으로도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다. 두세명이 집중마크를 하면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벤투 감독 역시 손흥민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벤투 감독은 "문전에서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손흥민은 일단 12일 펼쳐지는 키르기스스탄전에는 나설 수 없다. 그는 14일 맨유와의 리그 경기를 마친 후 대표팀에 합류한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벤투 감독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다.
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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