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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이~!'
무너진 명가, 쉽지 않았던 '마지막 경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수도권의 명문 구단 서울은 올 시즌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겼다. 서울은 황선홍 감독이 4월말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을용 감독대행 체제를 꾸렸지만, 반등은 쉽지 않았다. 이재하 단장마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돌아온' 독수리.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친화력을 앞세워 팀을 빠르게 장악했다. 선수들의 투지도 일깨웠다.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선수들을 투입해 간절함을 일깨웠다. 경기력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진 중심은 쉽게 복원되지 않았다. 서울은 스플릿제도 도입 후 처음 하위 스플릿으로 미끄러졌다. 리그 11위에 랭크되며 승강 PO의 늪으로 추락했다. '설마'했던 강등 위기까지 몰렸다.
승강 PO 무대도 결코 쉽지 않았다. 서울은 지난 6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펼쳐진 부산과의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상대의 '퇴장변수'로 수적 우위를 점한 서울은 3대1 역전승하며 희망을 살렸다.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서울은 홈에서 해피엔딩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전반 32분 부산의 김진규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산의 파상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내던 서울은 경기 종료 직전 상대 골키퍼가 공격을 위해 비운 골문을 향한 박주영의 장거리 쐐기골로 잔류를 확정했다.
웃지 못한 서울, 2019년은 시작됐다
다음 시즌 잔류를 확정한 서울,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최 감독도 선수들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경기 뒤 최 감독은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팬들께 죄송하다. 선수들이 정말 많은 마음고생을 했다. 자칫 잘못됐다가는 K리그2(2부 리그)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다. 이런 상황까지 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상상도 못한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중원을 지킨 하대성 역시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자칫 K리그2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난 서울. 이제 남은 것은 명가의 자존심 회복이다. 최 감독과 선수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최 감독은 "나 역시도 쉽게 접근했던 부분이 있다. 우리가 안일하게 한다면 다음 시즌에도 이런 경기를 하게 될지 모른다. 다들 뼈를 깎는 각오로 우리 본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들 뼈를 깎는 각오로 우리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목표도 있다. '뉴 서울'이다. 최 감독은 "선수 구성,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 젊고, 역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구체적으로는 ACL 진출을 노린다. 최 감독은 "현 전력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ACL을 좋아한다. 우리가 반드시 ACL 진출권을 딸 수 있도록 1차 목표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선수단 변화, 투자는 필수다. 최 감독은 "선수 구성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가 없다. 구단에도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하게 말하겠다.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돈을 쓸 때는 쓸 줄 아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내가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골키퍼 양한빈도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이제 우리가 더 열심히 해서 새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고 이를 악물었다.
유난히도 춥고 힘들었던 서울의 2018년. 절치부심 새로운 도약을 노리는 2019년 '뉴 서울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