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황희찬(함부르크)도 낙마했다.
17일 호주, 20일 우즈베키스탄과 2연전을 치르는 이번 호주 원정의 컨셉트는 명확하다. '실험'이다. 8월 지휘봉을 잡은 파울루 벤투 감독은 9월과 10월, 4번의 A매치를 치렀다. 벤투 감독은 4번의 경기에서 선수 교체를 최소화하며 틀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전술과 베스트11 윤곽이 모두 나왔다. 첫번째 시험대인 1월 아시안컵에 대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플랜A를 뒷받침할 플랜B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따랐다. 경기를 항상 베스트 전력으로만 뛸 수는 없다. 제대로 된 백업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아시안컵과 같이, 우승을 노리는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벤투 감독도 이번 호주 원정에서는 이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 등 핵심 자원들을 여러 이유로 소집 명단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황희찬 김문환 정우영(알 사드) 등 부상자들까지 발생하며 플랜B 가동은 필수가 됐다. 이번 호주 원정은 이 플랜B를 실험하고, 완성할 수 있는 찬스다.
벤투 감독은 그동안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수비진은 큰 변화가 없다. '핵심 수비수' 장현수(FC도쿄)가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이라는 중징계로 제외되기는 했지만, 대체자는 충분하다. 김영권(광저우 헝다)을 축으로 김민재(전북) 정승현(가시마) 권경원(톈진 테다) 등을 테스트 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환이 빠지기는 하지만 홍 철(수원) 박주호(울산) 이 용(전북) 등 좌우 윙백도 주전급들이 모두 나선다. 이유현(전남)이 얼마나 가능성을 보여줄지가 변수다.
|
주전들이 모두 제외된 만큼 새 얼굴들에게 기회가 생겼다. 일단 측면에서는 문선민(인천), 그리고 벤투호에 첫 승선한 이청용(보훔)이 한발 앞서 있다. 문선민은 벤투호의 조커로 자리잡았다. 선발은 아니었지만, 매경기 교체로 출전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청용은 이번 호주 원정의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청용은 독일 분데스리가2 이적 후 살아난 모습이다. 문제는 역동성을 강조하는 벤투식 측면 활용에 적응할 수 있느냐 이다. 실제 이청용은 보훔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로 뛴다. 오히려 남태희(알두하일) 자리에서 테스트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역시 첫 승선한 나상호(광주)와 지난번 소집 때 뛰지 못한 김승대(포항)도 측면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중원 구도는 예측이 쉽지 않다. 일단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 대신 뽑힌 주세종(아산) 정도다. 박주호와 권경원도 이 자리에서 뛸 수 있지만, 명단 구성상 둘은 수비수로 분류된 상태다. 새롭게 선발한 김정민(리퍼링)은 수비 보다는 공격쪽에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고, 황인범(대전) 이진현(포항)도 마찬가지다.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을 강조한다. 경험과 기술을 모두 갖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3선에 기용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전술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벤투 감독은 그간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배치한 4-3-3, 4-2-3-1을 활용했다. 미드필드 형태를 역삼각형으로 바꾸거나, 다른 포메이션을 실험할 가능성도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