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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나이를 떠나 이동국과 제대로 된 재계약을 해야 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10-22 05:30


서울=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라이언 킹' 이동국(전북)은 '불혹(40세)'이다. 지난 1998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국내 프로축구계 센세이션을 일으킨 지 어느 덧 20년이 흘렀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이제 동국이가 축구를 알고 공을 찬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동국의 플레이와 골 넣는 장면을 보면 세월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패스의 질이 다르다. 여전히 골도 잘 넣는다. 베테랑의 저력이다. 지난 20일 K리그 6번째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진 인천과의 K리그1 33라운드에선 리그 13호골(4도움)도 터뜨렸다. 지난 시즌(10골-5도움)보다 더 많은 골과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단지 수치만 따져도 이동국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독보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데 순도를 따지면 더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이동국이 30경기 중 선발로 나선 경기는 9차례에 불과하다. 21경기는 모두 교체출전했다. 그만큼 출전시간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팀 내 최다 득점자이자 K리그 토종 공격수 중 문선민(인천)과 함께 가장 많은 골을 기록 중인 건 이동국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승부사'다. 아무리 베테랑을 아낀다고 해도 기량이 떨어진 베테랑을 경기에 활용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최 감독이 이동국을 계속해서 중용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최 감독은 "내가 바보인가. 어떻게 경기력이 안되는 선수를 경기에 내보낼 수 있겠나. 다른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아무리 선수 기용의 권한이 있는 나로서도 쉽지 않다. 그러나 동국이는 훈련 중에도 가장 골을 많이 넣는다. 빨래 줄 같은 슈팅을 날리면 송범근과 황병근 골키퍼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훈련에서도 동료들이 인정하기 때문에 동국이를 자신 있게 기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동국은 그라운드 위 감독이나 마찬가지다. 최 감독이 가진 전술과 전략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젊은 선수들에게 최 감독이 원하는 걸 주문한다. 그야말로 젊은 피들이 믿고 따르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동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경기와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촬영, 두 가지 스케줄을 소화할 때도 전혀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에겐 몸 관리의 표본이 되고 있다. 이동국은 촬영 외에는 절대 몸을 혹사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반드시 오후 훈련 전 '낮잠' 루틴을 지킨다. 이런 완벽에 가까운 관리 덕분에 신체나이는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체지방도 11%대로 전북 선수들 중 중상위권에 속한다. 큰 부상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북 피지션(물리치료사) 지우반도 실제보다 6~7세 어린 이동국의 몸 상태에 엄지를 세운다.

전북 측은 아직 이동국에게 재계약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동국은 2년 전부터 1년씩 계약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다시 계약만료다.

이제는 나이를 떠나 이동국의 가치에 걸맞는 재계약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선수의 실제 가치과 후배들의 귀감을 두루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적어도 기량이 아닌 단지 나이 때문에 계약조건이 불리해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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