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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수원키드→울산 영건'한승규의 수원전 멀티골 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0-02 05:30



"오늘, 한승규가 잘할 겁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전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물을 때면 자주 "한승규"를 언급했다. 9월 아시안게임 직후 인천 원정,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서도 김 감독은 '23세 이하' 한승규를 한결같이 믿고 썼다. 대한민국 최고 스트라이커 출신의 김 감독은 19세 이하 대표팀 코치 시절 만나, 프로에서 인연을 이어가게 된 애제자 한승규의 재능을 아꼈다. '김 감독의 선택' 한승규가 29일 K리그1 31라운드 수원 원정에서 진면목을 드러냈다. 수원을 상대로 거침없는 멀티골을 밀어넣었다. 추가시간 수원 사리치의 동점골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지만, 이날 '1996년생 재능' 한승규는 눈부시게 빛났다.


수원키드, 수원 상대 첫 골-생애 첫 멀티골

한승규는 수원 키드다. 수원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 경기를 지켜보고 응원하며 축구의 꿈을 키웠다. 세살 터울 형, 터키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한성규는 2015~2016시즌간 수원 삼성 선수였다. 언남고-연세대 에이스 출신 한승규는 어린 시절부터 형을 보며 꿈을 키웠지만, 프로에선 형과 다른 길을 택했다. 지난 시즌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울산 선수로 수원 그라운드에 나서는 마음은 같했다. "어릴 때부터 수원 경기를 봐왔다. 수원 경기장의 분위기가 익숙한 느낌이었다. 공격포인트도 올리고 싶고. 팀 승리를 이어가고 싶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수원에 살고 있는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짜릿한 멀티골을 밀어넣었다. 첫 골도, 두번째 골도 클래스가 남달랐다. 전반 5분, 빨랫줄처럼 골망으로 빨려든 중거리포는 자타공인 '원더골'이었다. 한승규는 "저도 놀랐다. 진짜 잘맞았다. 그런 골은 개인적으로도 처음이었다"며 웃었다. 후반 8분, 두번째 골 역시 환상적이었다. 한승규는 "나는 오히려 두번째 골이 더 마음에 든다. 첫번째 골이 더 멋있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두번째 골의 터치나, 수비가 앞에 있을 때 슈팅 템포, 움직임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수원이 수비를 골대쪽으로 많이 내려서 하프타임 때 감독님이 태환이형에게 크로스를 좀 꺾어서, 컷백식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는데 후반에 그대로 됐다"고 골 장면을 설명했다.

상주에서 울산에 복귀한 직후 자신을 향해 2도움을 올려준 선배 김태환을 향한 고마움도 전했다. "전남전에서 첫발을 맞췄다. 태환이형 스피드가 좋아서 내가 어시스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오히려 먼저 받게 됐다"며 웃었다. "수원 그라운드에서 첫 골을 넣었고, 생애 첫 멀티골을 넣었다. 개인적으로는 잊지 못할 날이 될 것같다."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대세' 1996라인, 울산 한승규의 꿈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이후 한국 축구계는 1996년생이 대세다.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장윤호 조유민 등 23세 이하 선수들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모두 한승규의 친구들이다. 올여름 1996년생 축구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은 간절한 꿈이었다. 한승규 역시 그랬다. "나 역시 절실했다. 첫 소집부터 끝소집까지 쭉 가다 최종명단에서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마음은 아팠지만, 좌절하진 않았다. "목표가 틀어지긴 했지만 내 축구가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이게 기회라고 생각한다. 제게도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시련을 약으로 삼아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승규는 지난 여름 시련속에 또 한번 성장했다. 김도훈 감독은 "여름 내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누구보다 진지했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의 신뢰에 한승규는 성장으로 보답하고 있다. "감독님이 믿고 중용해주셨다. 감독님의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 늘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1996년생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이 이미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날 수원전을 벤투호 코칭스태프들이 관전했다. 한승규는 "친구들이 국대로 많이 뽑혔다. 내게는 아직 꿈의 자리이지만, 너무도 영광스러운 자리다.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 기회를 꼭 잡고 싶다." 이니에스타를 좋아하는 한승규가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이재성이다. "이재성 형의 플레이를 자주 보고 배우려고 한다. 아직 개인적인 친분은 없다.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 가서 배우고 싶다" 며 눈을 빛냈다.

울산 막내 공격수 한승규는 사랑받는 선수다 수원전 전날인 28일은 스물두 살 생일이었다. 박용우 등 형들의 축하를 한몸에 받았다. 주니오는 한승규에 대해 "한승규는 어리지만 내게 특별한 친구다. 어리지만 가능성이 풍부하다. 높이 평가한다"고 칭찬했다. 제주전에서 김승준의 골을 도운 김인성은 자신의 역습속도에 맞춰 날선 킬패스를 건넨 한승규의 축구센스를 극찬했다. 수원전, 한승규의 멀티골 장면에서 팀은 하나가 됐다. 막내의 쾌거를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지난해 연세대 동기 김민재(전북)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한승규는 올해 김 감독과 선배들의 무한지지 속에 영플레이어상에 도전중이다. 올시즌 목표는 확고했다. "최소한 리그 2위는 꼭 하고 싶다. FA컵 2연패도 꼭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영플레이어상도 중요하지만 공격포인트 10개를 채우고 싶다. 4골3도움이니, 3개 정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한경기에서 2골을 넣었는데 목표치를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도발에 "욕심은 더 있죠. 13개 정도로 올릴까요?"한다. 스물두 살 공격수의 패기만만한 답변이 저돌적인 그의 플레이와도 닮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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