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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친절한 축구장]팬도 스타도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9-27 05:53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칠레와 평가전에서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는 여성팬들이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축구장에 봄날이 찾아왔다. 구름 인파가 몰린다.

김학범호가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벤투호 출범 이후 A대표팀에 대한 기대감 상승 등이 어우러져 축구장에 팬들이 몰리고 있다.

반색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외부적 동력에 이끌려 밀려 들어온 물은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어떻게 물을 가두고 노를 저을 수 있을까. 축구계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프로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고객에 있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 종목은 오랜 가뭄 속에 위태롭게 서 있는 나무와 같다. 발전은 커녕 생존도 어렵다.

스포츠조선이 축구 인기 지속과 미래적 발전을 위한 제언을 준비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서두르지 않으면 모처럼 밀려온 축구 인기도 머지않아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축구 강국이란 미래를 위해 당장 팔을 걷어붙여야 할 시점이다. 실천이 먼저다. <편집자 주>

①쾌적한 시설, '팬 퍼스트'의 첫 걸음

②축구만 본다? 축구장, 이제는 문화소비공간으로

③팬도 스타도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손흥민(토트넘) 이승우(베로나) 조현우(대구FC)···.

스타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팬들은 스타를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밤샘', '원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오픈 트레이닝데이에는 무려 1100명의 팬이 모였다. 고양과 수원에서 열린 두 차례 A매치는 매진 돌풍을 일으켰다. 대한축구협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특별좌석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이들이 축구장에 발걸음을 하는 건 단지 축구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선수의 플레이와 일거수 일투족을 가까이서 직관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마케팅도 달라져야 한다. 개별적이고, 구체화돼야 한다. 그래야 여성팬들이 늘어난다. 이들이 동반할 남성팬, 아이팬도 함께 늘어난다. 축구가 인기 볼거리가 되는 과정이다. 고객 니즈에 맞춘 '다품종 소량화' 전략. 스타 마케팅에 있어서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K리그도 절감한 '스타마케팅 파워'

K리그도 '스타의 힘'을 익히 알고 있다. 대표적인 긍정 사례가 있다. 바로 골키퍼 조현우(대구)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조현우는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대구도 관중 특수를 누렸다. 월드컵 휴식 후 치른 첫 번째 홈경기에 1만 명이 넘는 팬이 발걸음을 했다. 대구 관계자는 "조현우 덕분에 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예매 관련 문의도 이전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에 '국가대표'를 배출한 구단은 스타 마케팅에 적극 뛰어 들었다. 외부적 호재 속에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스타 마케팅. 어떻게 지속 발전 돼야 할까.

홍보전문가 A씨는 "스타마케팅은 투 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스타를 활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다. 사실 기존의 스타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K리그의 스타 모두가 대중에게 친숙한 인물은 아니다. 각 구단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획일화된 전략은 의미 없다

중요한 사실은 스타를 만드는 것만큼 팬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마케팅에 한정해 얘기하면 획일화 된 스타 마케팅만으로 팬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구단 및 지역 상황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홍보전문가 B씨는 "스타마케팅도 상황 및 이슈에 따라 효과치가 다르다. 그렇기에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전에 가장 먼저 타깃을 설정하는 것이다. 연령, 성별 등으로 세밀하게 나눠 타깃을 구체화한 뒤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포항시 인구는 50만 6909명이다. 이 가운데 10대 여성은 2만3500여명, 20대 여성은 2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세대의 인구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SNS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상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어르신 비율이 높다.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색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고려사항이다. 일각에서 '어르신 팬이 많은 구단에 SNS 마케팅 교육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마케팅에도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필요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스타를 만드는 홍보와 마케팅에도 장기적 호흡의 인적, 물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K리그 현실은 아쉬움 투성이다. 초보적, 의무적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각 구단의 SNS 계정을 살펴본 홍보전문가 C씨는 "구단 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것조차 갖춰지지 않은 팀이 있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SNS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인이 사용하는 것과 구단이 활용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인 톤 앤 매너 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초보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전문가 부재다. 구단은 인적 로테이션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보직이 바뀐다. 장기적 호흡으로 업무를 추진할 직원이 없다. 어제까지 유소년 정책팀 소속이던 직원이 내일부터 당장 마케팅을 담당하기도 한다. D구단 관계자는 "연맹에서 정기적으로 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책을 보고 따로 공부하기는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각 구단은 '여성팬'을 모으기 위해 각종 여성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정작 홍보팀 및 마케팅팀에 여성 프런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E구단 관계자는 "여성을 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다른 부서의 여성 직원에게 의견을 물었다"고 전했다.

스타도 팬도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눈 앞에 있는 '당장'의 결과만 바라서는 안 된다.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일관성 있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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