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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축구의 봄이 찾아왔다.
사실 걱정도 있었다. 언급한대로 축구 인기의 시작은 대표팀이었다. 23세 이하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벤투호의 달라진 경기력이 불을 지폈다. 이런 대표팀의 중심은 모두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폭발적인 화제를 낳았던 오픈 트레이닝데이 행사에서도 팬들의 환호는 '해외파' 손흥민 이승우 황의조 황희찬(함부르크) 기성용(뉴캐슬)에 집중됐다. 이승우는 소녀팬들의 새로운 아이돌로 떠올랐다. 이들이 없는 K리그에도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최근 축구 인기는 축구 자체에 대한 관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과거 K리그는 두번의 황금기를 맞았다. 첫번째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등장한 이동국-안정환-고종수의 '트로이카 시대'였다. 잘생긴 얼굴과 매력, 실력까지 두루 갖춘 삼총사의 등장과 함께 K리그는 바아흐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소녀팬들이 축구장을 찾았고, 이들이 촉발시킨 인기는 가히 슈퍼 태풍급이었다. 두번째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였다. 한-일월드컵 4강 신화로 이어진 축구붐은 K리그에서 꽃을 피웠다. 매 경기 구름관중이 몰렸다.
그래서 축구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본질은 축구다. 아무리 좋은 마케팅이라도 축구 자체의 재미를 이길 수 없다. 경기가 재미 없으면 팬들이 오지 않는다. 사실 2002년 찾아온 최고의 기회를 날린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축구인들 스스로였다. 현장의 지도자들은 매 경기 승패에 급급했고, 선수들도 지나친 승부욕으로 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심판들도 어설픈 판정으로 팬들을 내몰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고비마다 실기를 반복했다. 결국 모처럼 찾아온 관중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는 또 한번의 암흑기였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이야 말로 축구인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지도자들은 재밌는 축구를 강조할 때고,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심판도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사심을 내려놓고, 한발 더 뛰어야 한다. 연맹도 어설픈 마케팅에 집중하는 대신 각 팀들이 최고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찾아온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있다. 팬들을 열광시킬 만한 최고의 경기 만이 힘들게 찾아온 축구의 봄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명약이 될 것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