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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22·함부르크)은 이번 아시안게임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작점은 지난 17일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그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지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팀은 1대2로 패했다. 설상가상,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중앙선에서 상대 선수들과 악수하는 세리머니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벤치로 걸어 나왔다. '비매너'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도움이든, 골이든 팀을 도울 수 있으면 뭐든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많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27일 펼쳐진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에서 페널티킥(PK)을 성공한 뒤 임팩트 강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황희찬은 갑자기 상의를 벗더니 손에 입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의미가 담긴 제스처를 보냈다. 그 모습을 남기려는 듯 카메라로 달려가기도 했다.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이슈 메이커' 황희찬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은 더욱 강해졌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공격진이었다. 나상호(22·광주)를 제외하면 전원 해외파로 구성됐다. 황희찬을 비롯해 손흥민(26) 이승우(21)는 러시아월드컵도 누빈 만큼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특히 황희찬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러시아월드컵에서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연령별 대회인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주축 공격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였다.
예상을 빗나갔다. 황희찬은 그라운드 위에서 공격수로서 제 몫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보여줬던 매서운 돌파와 저돌적인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잦은 실수로 공격의 맥을 끊었다.
그런 황희찬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 1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11분 쐐기골을 폭발시켰다. 그간의 부진과 논란을 한번에 씻을 수 있는 천금같은 골이었다. 체력이 떨어진 연장이었지만, 엄청난 점프력을 과시하며 득점에 성공했다. 황희찬은 이날 역시 세밀함에서 아쉬움을 보였지만, 폭발력만큼은 여전했다. 여전히 한국축구의 미래로 기대를 걸만한 모습이었다.
황희찬은 결승전이 펼쳐진 전날 독일 분데스리가2의 함부르크로 임대 이적을 확정지었다. 마음고생을 넘고, 병역혜택이라는 선물까지 안은 황희찬, 그의 축구인생은 지금부터다.
보고르(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