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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백은 서정원 감독님의 작품이었다."
수원의 변수는 감독 부재였다. 수원은 지난 28일 서정원 감독이 돌연 자진사퇴했다. 결전을 코앞에 두고 팀 내 분위기가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더 선수들끼리 결집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날 서 감독 대신 수원을 지휘한 이병근 코치는 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의 핵 김은선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포백과 더블 볼란치를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이 코치는 "며칠 준비하지 못했는데 선수들이 투혼을 통해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스리백을 사용하다가 포백으로 전향을 했는데 운 좋게 잘 맞아 떨어졌다. 포백은 경남전 마치고 서정원 감독님께서 다음 경기에선 포백으로 가자고 미리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에 내가 자신 있게 활용할 수 있었다. 서 감독님께서 만들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수원 선수들의 분위기가 무거웠다는 건 데얀의 고백으로 알 수 있었다. 이날 멀티골을 쏘아 올리며 팀 완승을 이끈 데얀은 "감독님의 사퇴는 선수들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끼리 약속을 했다. 나부터 나이 어린 선수들까지 감독님을 위해 뛰자고 했다. 나는 37세다. 20대 선수가 나보다 더 뛰지 않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 100% 쏟으면 승리가 따라올 것을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언성 히어로(숨은 영웅)'은 스트라이커 박기동이다. 이날 데얀과 투톱을 이뤄 최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박기동은 후반 16분 김은선과 교체됐다.
이 코치는 "경기는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살아있다는 걸 전반부터 느꼈다. 무엇보다 어렵게 결정해서 내보낸 박기동이 그 동안 최전방에서 잘 되지 않았던 것을 해주며 투혼을 발휘해줬다. 그것으로 인해 데얀, 사리치가 많이 살아났다. 또 수비에서 처지지 않고 공격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박기동 출전에 고심을 했지만 신의 한 수가 됐다"고 전했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