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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역대급 활약이다.
K리그 시절 황의조의 가장 큰 장점은 파괴력이었다. 움직임이 큰 황의조는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특히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때리는 오른발 슈팅은 황의조의 전매특허였다. 하지만 패턴은 단순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동선도 한쪽으로 집중이 됐고, 슈팅 역시 오른쪽 일변도 였다. 2015년 15골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도약했지만, 이내 이 패턴이 간파되며 고전했다. 성남에서 함께 있던 김학범 감독은 2016년 초반 무득점이던 황의조에게 "알을 깨야 한다"며 공개 질타를 하기도 했다.
J리그 이적은 황의조 축구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017년 감바 오사카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황의조는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아기자기한 축구를 경험한 후 한단계 도약에 성공했다. 이론에 해박한 이도영 전 성남 수석코치는 두 가지 변화를 언급했다. 하나는 움직임이다. 이 코치는 "황의조는 볼 받기 전 상황인식이 대단히 좋다. 항상 뒤를 보고 상황을 살핀다. 어디서 패스가 올지를 보고 움직인다. 여기에 황의조만의 장점이 또 하나 숨어 있는데, 뒤에서 볼을 넘어올 때 볼을 잡아두는 위치를 보면 항상 골대 쪽으로 향해 있다는 점이다. 공간을 확보한 뒤, 몸을 앞으로 열어 놓고 뛰기 때문에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 황의조의 골 장면을 보면 모두 앞으로 움직이면서 때리는 골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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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표이사를 하며 황의조의 플레이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정신적인 부분을 이야기 했다. 신 교수는 "의조가 자기 중심적인 플레이를 했다. 지나치게 골을 의식하다보니 시야나 각도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플레이 전체적으로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 정작 슈팅을 때릴 때 힘을 싣지 못했다"며 "하지만 일본 진출 후 이런 부분이 확 달라졌다. 섬세한 플레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플레이가 간결해졌다. 이번 대회를 보면 볼을 잡고 플레이하는 것도 물론 위력적이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슈팅 때 집중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트라이커는 자기가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이 골을 넣을 수 있게 플레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남 시절 황의조는 골만을 바라봤지만, 이제는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도 좋아졌다. 아마 손흥민의 존재가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대회 전 논란이 황의조의 집중력을 전에 없이 올려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신 교수는 "의조가 욕심이 많은 선수다. 연습이 끝나고 개인 슈팅 연습을 빼놓지 않고 할 정도다. 그런 선수에게 '인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으니 얼마나 더 잘하고 싶겠나. 원래 가진게 많았던 선수가 100%를 쏟아내니 당연히 위력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지금과 같은 플레이라면 A대표팀에서도 분명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