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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렘방Live]잔혹한 운명의 장난, 왜 하필 또 임선주였을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28 20:40


'선주야, 일어나자 최선을 다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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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또 임선주(28·현대제철)였을까.

축구의 운명은 지나치게 잔인했다. 임선주는 대한민국 여자축구를 대표하는 센터백이다. 지소연, 김혜리의 절친 임선주는 2010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3위 멤버다. 곱상한 얼굴의 그녀는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맹렬한 투사가 된다. 여자축구 팬들은 몸 사리지 않는 전사, 임선주의 플레이를 사랑한다. 세트피스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거침없는 헤딩으로 솟구쳐오른다. 리그에서도 대표팀에서도 그녀가 골넣는 수비수 '수트라이커'인 이유다. 지난해 리그에서 선보인 시저스킥 역시 뜨거운 화제가 됐다. 그녀는 등록선수 1500명 남짓한 여자축구계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많이 뛰며 누구보다 뛰어난 센터백이다. 국가대표 수비 레전드 출신의 사령탑 윤덕여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그녀를 늘 믿고 쓰는 이유다.

2010년 광저우에서, 2014년 인천에서 잇달아 동메달을 목에 건 여자축구 대표팀은 절실했다. 황금세대가 함께하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일지 모르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새 역사를 쓰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4강전에서 일본을 넘어 첫 결승행 역사를 쓰기를 열망했다.

28일 오후 6시(한국시각) 팔렘방 스리위자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1대2로 분패했다. 전반 4분 유이카에게 실점했지만 후반 23분 이민아가 필사적인 헤딩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후반 41분 임선주가 자책골을 기록하며 1대2로 패하고 말았다.


선주야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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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북한과의 4강전, 아픔이 거짓말처럼 재현됐다. 4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상대의 헤더를 임선주가 머리로 필사적으로 걷어내려던 것이 그만 골망으로 빨려들었다. 남은 5분, 태극낭자들은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4년 전 트라우마가 됐던 그 일, 그 잔인한 운명을 다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끝내 야속한 종료 휘슬이 울렸고 또다시 한골차 1대2로 패했다. 메달색을 바꾸겠다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임선주는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라운드에 쓰러져버린 임선주를 절친 김혜리가 일으켰다.골키퍼 윤영글도 이민아도 지소연도 그녀를 감쌌다. "괜찮아, 네 탓이 아니야,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 며 서로를 위로했다. 이번 대회 눈부신 수비력을 선보이며 4경기에서 1실점에 그쳤다. 조별예선에선 골도 밀어넣었다. 임선주에게도, 여자축구 팬들에게도 너무나 잔혹한 밤이다. 왜 하필 임선주였을까. 왜.
팔렘방=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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