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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미래 백승호(21)는 올 시즌 스페인 라 리가 지로나FC 프리시즌을 날렸다. 부상 재활 때문이었다. 백승호는 지난 6월 초 인도네시아 현지 적응훈련을 위해 소집됐던 김학범호 2차 훈련 막바지에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뒷 근육)을 다쳤다. 지난 시즌 지로나 B팀(2군)에서 줄곧 풀타임을 뛰어 근육이 지친 상태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다 부상이 찾아왔다.
사실 8월은 팀과 선수 모두 예민한 시기다. 여름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둥지를 옮기며 스쿼드에 변화가 생긴다. 특히 지로나는 선수영입을 위해 전력보강을 노려야 하는 팀이기 때문에 비유럽권 선수 쿼터 3장을 어떤 선수로 채우느냐가 시즌 성패를 가를 요소가 된다. 냉정하게 따지면 백승호는 지난 시즌 2군에서 34경기에 출전, 2541분을 소화한 데이터밖에 내밀 카드가 없었다.
팀 성적에 따라 거취가 결정되는 지로나 단장도 백승호에 대한 믿음을 가지지 못하던 상황. 이 때에도 에우세비오 감독이 강한 믿음을 보였다. 단장에게 이번 시즌 백승호와 함께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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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세비오 감독의 결단은 사실상 외국인 쿼터 한장을 백승호로 확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프리시즌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백승호가 외국인 쿼터를 차지한 건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백승호는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출전기회를 받지 못했다. 에우세비오 감독은 후반 13분 안토니 로사노 대신 크리스티안 스투아니를 교체투입했다. 이어 후반 26분에는 페레 폰스 대신 알렉시스 가르시아, 후반 34분 페드로 포르로 대신 아다이를 넣는 선택으로 백승호에게 출전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지로나는 객관적 전력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레알 마드리드에 1대4로 패했다.
그러나 백승호는 조급하지 않다. 이미 에우세비오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전을 3일 앞두고 백승호를 불러 희망적인 얘기를 많이 해줬다고 한다.
레알 마드리드전 결장에 전혀 실망할 필요가 없다. 다시 출발선에 섰다고 보면 된다. 교체명단→교체출전→선발출전→주전 도약의 단계를 거치면서 라 리가 정착을 이루면 된다. 라 리가보다 FA컵(코파 델 레이)에 먼저 나설 가능성도 높다.
다만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의 기량을 100% 이상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기회를 잡는 자가 진정한 승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