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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이었다. 그러나 62분간 '지옥'이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최고 스타 손흥민(26·토트넘)의 한 방이 아니었다면 씁쓸하게 16강 무대를 밟을 뻔했다.
김학범호는 오는 23일 F조 1위 이란과 8강행을 위해 충돌한다.
김학범 감독은 이날 총력전을 펼쳤다.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수비형태도 교체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김진야(인천)김민재(전북) 정태욱(제주) 김문환(부산)으로 구성된 포백 활용은 이번 대회 처음이었다. 앞선 바레인전과 말레이시아전에선 스리백을 사용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 1대2로 패하는 '반둥 쇼크'를 당한 뒤 김 감독은 위기감을 느낀 최종전에서 포백 전환을 택했다.
예상대로였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대놓고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편 키르기스스탄에 한 수 위 전력을 과시했다. 치킨게임이었다. 경기장을 반으로 나눠 상대 진영에서만 공격을 펼쳤다. 키르기스스탄의 공격은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슈팅도 많이 날렸다. 전반 10분 사이 황인범 나상호 등 네 차례 슈팅을 쏘아 올렸다. 특히 전반 7분 황인범의 크로스를 받아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손흥민의 왼발 슛이 골대를 벗어나 아쉬움을 남겼다.
불안함도 엿보였다. 전반 17분에는 김민재가 상대 역습을 태클로 막다 경고를 받았다. 말레이시아전에서도 한 차례 경고를 받은 김민재는 16강에서 경고누적으로 뛸 수 없게 됐다.
파상공세 속에도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자 조급해졌다. 10차례 슈팅을 더 때렸지만 세밀함이 떨어졌다. 마음만 급해지니 실수가 잦아졌다. 키르기스스탄의 대놓고 펼친 밀집수비를 뚫고 문전까지 공을 배달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최악의 골 결정력이었다. 전반 슈팅수는 무려 14개나 됐다. 키르기스스탄은 0개. 경기력은 압도했지만 말레이시아전부터 뚝 떨어진 결정력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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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적중했다. 후반 18분 굳게 닫혀있던 키르기스스탄의 골문이 드디어 열렸다. 손흥민의 발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장윤호(전북)의 긴 크로스를 손흥민이 노마크 찬스에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리틀 태극전사들이 쏜 슈팅수는 무려 25개였다. 그러나 득점으로 이어진 건 한 골에 불과했다. 졸전과 다름없었다. 이렇게 뚝 떨어진 골 결정력으로 토너먼트에 돌입하게 되면 문제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골을 책임져야 할 황의조 황희찬 나상호는 바레인전 이후 결정력이 뚝 떨어져 있다. 결국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살리지 못하고 토너먼트에 돌입하게 됐다.
김학범 감독은 승리에도 웃을 수 없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