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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더위를 먹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초반부터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월드컵 휴식기로 인해 빡빡한 일정이 이어졌고 사상 최대 폭염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전혀 화도 내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최 감독은 큰 그림만 그리면 됐다. 중앙 수비수 최보경도 K리그 무패 행진을 질주할 때 "팀 분위기가 워낙 좋다. (이)동국이 형과 (조)성환이 형이 후배들의 등을 두드려 주면서 격려하고 있다. 나도 경기를 즐겨서 피곤한지 모르겠다. 안지다 보면 분위기가 너무 좋다. 다음 경기를 즐기면서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최 감독이 나설 때가 됐다. 오는 19일 만날 상대가 부활하고 있는 FC서울이다. '전설의 매치'를 앞두고 최 감독은 "3연승을 한 서울은 전혀 무섭지 않다. 물론 서울이 좋아졌다. 고요한이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신진호도 경기력이 좋아졌다"면서도 "우리는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볼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최근 부진에 개의치 않고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빨리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 감독이 가장 견제하는 건 오는 29일 수원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까지 부진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최 감독은 "ACL까지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벼랑 끝까지 몰린 선수들이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부드럽게 다독였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