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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혈전' 울산 Vs '체력고갈-골대저주' 수원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8-13 05:00



그들만의 빅매치였다.

수원은 2위 자리를 바라봤고, 울산은 3위를 노렸다. 물론 서로 이겼을 경우에 가능한 '동상이몽'이다.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각각의 출전권이 걸려있는 자리라 간절했다.

조금 더 간절한 쪽은 ACL 16강전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던 울산이었다. 상대 수원은 체력 소진이 큰 가운데 로테이션을 가동한 상태라 울산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울산은 그 기회를 끝까지 놓치지 않았고, 수원은 '골대의 저주'에 울었다.

울산이 12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22라운드 수원과의 홈경기서 후반 35분 황일수의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했다. 황일수는 2경기 연속골.

울산은 승점 35로 수원(승점 36)을 1점 차로 바짝 추격하며 내년 ACL 출전권 희망을 살렸다.

로테이션에서 엇갈린 출발

원정팀 수원은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지난 8일 FA컵 16강전 천안시청과의 경기 선발 멤버 중 8명이나 바뀌었다. 곽광선은 광대뼈 타박상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양쪽 윙백과 공격진에 큰 변화를 준 것은 서정원 감독의 장기 운영 방침 때문이다. FA컵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겸해야 하고 무더위 강행군 일정으로 인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더구나 수원은 천안시청과의 16강에서 120분 연장 혈투를 벌였다. 아껴두려던 데얀, 염기훈, 사리치 등 베스트 멤버를 뒤늦게 투입하면서 체력 손실이 컸다. 반면 울산은 부산과의 16강에서 2대0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승리했다. 부산전에서 많이 뛴 황일수 김인성을 벤치 대기시킨 것을 제외하면 가능한 베스트를 먼저 내보냈다. 결국 '1.5군+체력 손실'의 핸디캡을 안고 나온 수원의 시작은 다소 불리해 보였다. 더구나 울산은 단단히 벼르고 나왔다. 5월 16일 ACL 16강 2차전에서 수원에 밀려 8강행이 좌절된 아픔을 잊을 수가 없다. 그날 이후 첫 맞대결. 복수도 해야 하고 3위 수원에 승점 1점 차로 따라붙은 기회이니 놓칠 수가 없었다. 로테이션 없이 '공격 축구'를 선택한 울산 김도훈 감독은 "2위 경남과의 다음경기를 위해서라도 수원을 잡고 가야 한다. 선취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수혈전' Vs '골대의 저주'

전반만 놓고 보면 수원의 판정승이었다. 수원은 에상대로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울산의 공세에 잘 버텼다. 울산은 연신 상대 문전을 공략했지만 마지막 2%가 자꾸 부족했다. 전반 31분에는 주니오의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는 불운까지 겹쳤다. 로테이션 때문에 전반에 일단 버티고 후반에 승부를 보겠다는 수원의 의도가 먼저 맞아들었다. 그만큼 울산은 약이 올랐다. 결정적인 찬스를 연거푸 놓치니 더욱 그랬다. 후반 9분 주니오의 킬패스를 받은 김승준이 잠깐 주춤하다가 수비에 막혔고, 12분에는 문전 혼전 중 주니오와 김승준의 연이은 슈팅이 골키퍼 노동건의 선방에 막혔다. 두팀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교체카드를 썼다. 울산은 이영재 황일수를, 수원은 염기훈 박종우를 잇달아 투입했다. 불꽃은 한층 거세졌다. 19분 이근호의 측면 크로스에 이어 문전 쇄도하던 주니오가 슬라이딩으로 발을 댔지만 약간 짧았고 21분 역습에서 단독 돌파하던 한의권의 재치있는 슈팅이 골대 오른쪽을 맞았다. 그래도 풀리지 않자 양팀은 끝까지 맞불 교체카드로 팽팽하게 맞섰다. 울산은 이근호 대신 김인성을, 수원은 박기동 대신 데얀을 투입했다. 막판까지 한 골 승부로 보겠다는 의도가 읽혔다. '복수심'울산의 간절함이 더 컸을까. 마지막 교체카드 김인성을 투입하며 승리를 향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던 울산이 후반 35분 마침내 만세를 불렀다. 빠른 역습 전개, 박용우가 센터서클 지점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패스를 절묘하게 찔렀다. 공은 쇄도하던 황일수에게 전달됐고, 황일수는 대각선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수원은 막판 반격에 나섰지만 데얀의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걸리고 한의권이 또 골대를 맞히는 바람에 땅을 쳤다. 결국 골대를 2번 맞힌 수원이 고개를 숙였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과 ACL에서 패한 기억을 말끔히 씻어내자고 얘기했다. 사실 운도 따랐지만 그 운도 선수들의 열망이 강했기에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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