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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이상헌은 2017년 울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했지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올해 전반기 딱 두 차례 그라운드를 밟았을 뿐이다. 간절했다. 꼭 뛰고 싶었다. 그때 유상철 전남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이상헌은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전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기회를 잡았다. 공격수 부재로 고민하던 유 감독은 이상헌에게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겼다. 경기 출전 횟수가 달라졌다. 이상헌은 한 달 동안 다섯 경기를 소화했다. 지난달 28일 펼쳐진 인천과의 경기에서는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16분 프로 데뷔골을 폭발시키기도 했다.
굳은 각오를 다진 이상헌. 지난 5일 열린 '친정팀' 울산과의 경기에서는 더 이를 악물고 뛰었다. 그는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호시탐탐 골을 노렸다. 열정이 앞선 탓인지 상대 골키퍼에게 깊은 태클을 범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제가 울산에 있을 때 1년 반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어요. 팬들에게 '제가 이런 선수에요'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팀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말처럼 전남의 최근 성적은 좋지 않다. 리그 21경기에서 승점 16점(3승7무11패)을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음 경기에서 승리하면 좋은 분위기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지금은 강등권이지만, 빨리 벗어나서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헌은 위기 속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막내답게' 더욱 열정을 갖고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선배 한찬희(21)는 "상헌이가 경기 때마다 파이팅을 많이 불어넣어준다"고 고마워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체력적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90분 동안 뛰기 위해서는 체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려야 하죠. 체격이 왜소하다보니 개인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 롤모델이 필리페 쿠티뉴(브라질)거든요.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공도 잘 차는 선수요. 저도 실력을 키워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누구보다 그라운드가 간절했기에 이 기회가 더욱 감사한 이상헌. 그는 12일 경남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22라운드 원정경기에 출격 대기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