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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우리는 북한 축구와 어떻게 지속가능한 교류를 할건가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8-06 00:51 | 최종수정 2018-08-06 19:47


북한 여자 축구 우승 스포츠조선DB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 스포츠조선DB

요즘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는 무엇일까. 단연 축구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북한에서 축구는 '국민 스포츠'로 통한다.

북한 축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가 열린 이후 스포츠 중시 기조와 맞물려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북한 스포츠에서 일대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은 건 2015년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그해 3월 25일 제7차 전국체육인대회를 열었다. 북한 스포츠를 이끄는 사람들을 향해 '백두의 혁명정신으로 체육강국건설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강령을 발표했다.

북한 축구 인프라, 김정은 시대 이후 확 달라졌다

김 위원장은 이 강령에서 향후 북한 스포츠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그는 체육을 통해 강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했다. 북한 스포츠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전세계에 그 위대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현실을 직시했다. 김 위원장은 "나라의 전반적인 체육 기술이 시대의 요구와 세계적 추세에 비해 떨어지며, 과학적 수준과 물질 기술적인 토대도 미약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북한 스포츠가 빠른 시일내에 기술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고, 또 체육이 대중화 생활화되어야 한다고 목표를 밝혔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체육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의 혁명적 체육 지침 발표 이후 어언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북한 스포츠, 특히 축구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북한은 국제적으로 2016년 FIFA(국제축구연맹) 20세이하 여자월드컵과 2017년 동아시안컵 여자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수도 평양과 지방에 축구 등을 할 수 있는 스포츠 인프라 시설 등이 많이 생겼다. 북한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2015년 3월 26일자)'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약 1800개의 축구장 등 체육시설을 갖춘 280여개의 공원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보수됐다. 우수한 시설이 평양중심으로 집중돼 있다. 평양에 국제축구학교도 만들어 우수한 엘리트 선수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자 로동신문은 '평양과 지방에 이르는 곳마다 체육관, 경기장, 훈련관, 체육공원을 비롯한 수많은 체육시설이 새로 생겼고 훌륭히 재건돼 전국 각지의 기관, 기업소, 학교, 공장, 협동농장들을 비롯한 모든 단위들에서 대중체육 활동이 활발히 벌어져 온 나라가 체육열기로 들끓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북한을 왕래하는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북한 스포츠 인프라를 전부 다 본 건 아니지만 남쪽에서 생각하는 것 처럼 뒤처져 있지 않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사용하는 시설은 국제적인 기준을 다 갖추고 있다"면서 "또 최근 들은 소식인데 북한이 축구 전용구장을 평양과 원산에 하나씩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경성 이사장은 남한에서 대표적인 북한 스포츠 교류 전문가다. 그는 이미 20여차례 이상 남북 유소년 축구 교류전을 남북한 그리고 중국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북한은 축구 진흥과 발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축구 관련 인프라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평양을 벗어나면 여전히 우수한 품질의 축구공과 축구화 등이 귀하다는 게 탈북 축구인들의 전언이다.

일회성 교류는 반대, 지속가능한 교류는 찬성

전문가들은 지난 5월 남북한 정상 회담 이후 스포츠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지속 가능한' 교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이사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축구를 통해 남북이 교류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은 결국 남북한 프로축구리그의 통합"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위한 전 단계로 남북한 프로리그 챔피언간의 정기적인 대결이 이뤄져야 한다. 또 선수간 왕래도 있어야 한다. '북한 프로축구 선수가 남한 K리그 구단에 입단해 뛸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제안이다. 팀과 선수 교류가 잦아지면 자연스럽게 남북 프로축구 리그 통합도 이뤄진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2018년 3월까지 북한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지낸 인천 유나이티드 안데르센 감독(노르웨이 출신 독일 국적)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남자 프로축구팀은 평양 내에 14팀, 평양 외에 4팀이 있다. 정부 부처, 공기업 팀들이다. 가장 경기력이 좋은 팀은 군팀인 '4.25' 체육단이다. 리그 경기가 2015년까지 중단됐다가 재개된 상태다.

그가 전한 북한 축구대표팀을 향한 열기는 뜨거웠다. A매치가 열리는 김일성경기장은 7만 좌석이 가득 찼다고 한다. 관중 7만명이 전부 유료 관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안데르센 감독도 북한 체류 중 제한된 축구 실상만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최근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평양 밖으로는 거의 못 나갔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우리 정부와 교류 추진 단체, 기업들은 바로 이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단순히 일회적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 축구 진흥을 위해 축구공 몇 개, 축구화 몇 켤레를 무상 지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북한 현지에 축구 용품 생산 공장 등을 세우는 산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접근은 우리 기업과 북한 양 측 모두에 지속가능한 동반자적 파트너십,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 지자체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는 '경평축구' 부활은 의미있는 남북 축구 이벤트다. 그렇지만 개최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경기라 반짝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큰 흥미를 유발하기는 어렵다. 선수들의 뻔한 경기력 때문이다. 따라서 경평축구 등 일련의 축구 교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남북 간 선수 교류와 국제대회 유치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평화'를 콘셉트로 남북의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 등이 경평축구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 "남북한 스포츠 교류 협정서 체결이 선결돼야"

북한은 3년전 김 위원장의 스포츠 강령 발표 이후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해외에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그 일환으로 두번째 외국인 사령탑 안데르센이 지휘봉을 잡았다. 첫 감독은 1991년 헝가리 출신 체르너이 팔이었다. 또 우수 선수의 해외 진출을 장려했다. '인민 호날두' 한광성이 이탈리아 세리에A 칼리아리, 박광룡은 오스트리아 장크트?텐으로 진출했다.

북한 축구는 적극적으로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북한 남자 축구의 FIFA랭킹은 108위(남한은 57위)이고, 여자는 10위(남한 15위)다. 북한 축구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한다.

요즘 우리 정부 당국, 구단, 관계자 등은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사회가 점차 개방될 때 남한 쪽에서 진출할 수 있는 걸 모색하고 있다. 한 중국 스포츠 사업가는 "지금 상황에서 바로 남한 쪽에서 경제적 이득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현재 북한의 스포츠는 온전한 프로의 모습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남한이 교류를 통해 많은 투자가 이뤄진 후에 수익이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 스포츠 시장은 경제 규모면에서 너무 좁다. 따라서 북한과의 교류 더 나아가 통합을 통해 좀 더 큰 시장을 노려볼만하다. 남북 스포츠 교류 전문가로 통하는 성문정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통일부에 북한 스포츠와 교류를 원하는 제안서가 산적해 있다고 한다. 현재는 민간 차원에서 직접 교류가 어렵다"면서 "먼저 교류 활성화를 위해 두 가지가 선결돼야 한다. 남북한이 스포츠 교류 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 또 국제적인 동의도 얻으면 더 좋다. 그래야만 우리나라 정부의 '색깔(기조)'에 상관없이 상시적으로 남북 스포츠 교류가 단절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또 남북 체육 교류 기금을 만들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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