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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결승전? FA컵 16강 부산-울산의 '기구한 만남'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8-06 17:20 | 최종수정 2018-08-06 19:47


부산 선수들이 2017년 FA컵 결승 울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고 조진호 감독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벌써? 또 너냐!"

8일 펼쳐지는 2018년 KEB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매치가 있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와 K리그1 울산 현대의 구덕운동장 충돌이다. 양팀 모두 부담스럽다. "너무 일찍 만난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부산과 울산은 희비가 복잡하게 뒤섞였던 8개월 전을 잊을 수 없다. 2017년 FA컵 결승에서 이미 격돌했다.

구덕운동장에서의 결승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울산은 12월 3일 홈 2차전에서 0-0으로 막아내며 합산 2대1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울산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환희였다. 창단 후 첫 FA컵 우승으로 무관의 한을 풀었다. K리그 우승 2회, 컵대회 7회, ACL 우승 1회를 기록했지만 유독 FA컵과 인연이 없다가 19년 만에 진출한 FA컵 결승에서 마침내 결실을 본 것이다.

FA컵 우승과 함께 자력으로 따낸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당시 K리그 클래식(K리그1)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수원과 3위 경쟁을 하다가 4위로 밀려난 뒤라 더욱 짜릿했다.

반면 부산은 영원히 잊지 못할 한을 품었다. 고 조진호 감독의 영전에 바칠 선물을 위해 눈물의 투혼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그해 10월 10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조 감독을 잃은 부산 선수들은 이승엽 수석코치(감독대행)를 중심으로 남은 시즌 힘겹게 버텨나갔다.


2017년 FA컵 결승 2차전에서 울산과 부산이 격돌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당시 부산은 매경기 추모의 마음으로 '하늘에 계신 감독님'을 위해 뛰었다. 하지만 부상 선수가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빠듯한 경기 일정이란 악재가 겹쳤다. 그렇지 않아도 선장을 잃어 사기가 떨어진 부산 선수들에겐 '영전에 바칠 선물'을 향한 투지만으로 만회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부산은 FA컵 결승 1차전을 사흘 앞두고 열린 상주 상무와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11월 26일)에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패했다. 최대 목표였던 2년 만의 1부리그 복귀가 물거품이 된 가운데 체력 고갈, 주전 멤버의 줄부상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마지막 희망이 돼 버린 FA컵 우승을 위해 전열을 추스르고 '추모 조진호'를 다시 가슴에 새겼지만 "그래도 잘싸웠다"는 위로 한 마디만 남기고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 했다. 2017년 FA컵에서 부산은 32강 포항전을 시작으로 16강 서울, 8강 전남, 4강 디펜딩챔피언 수원전까지 'K리그 클래식 킬러'의 명성을 자랑했고, 챌린지 팀으로는 최초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진기록을 남겼기에 결승전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울산에게도 기쁨 뒤에 아픔이 있다. 당시 울산은 결승 2차전에서 간판 해결사 이종호가 볼 경합 중 종아리뼈 골절-인대 손상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만났다.

이로 인해 이종호가 수술과 함께 7개월간 긴 재활에 들어가는 바람에 올시즌 전반기 동안 해결사 기근에 시달려왔다. 이종호는 최근 잠깐 복귀했다가 팀 훈련 중 수술 부위를 또 다치는 바람에 8월 말이 돼야 돌아올 예정이다. ACL 16강에서 탈락했고 근근이 상위그룹을 유지한 울산은 이종호의 공백을 생각하면 부산과의 재회를 '우승 추억'으로 위로받기엔 뭔가 부족하다.

두팀 모두 그때와 크게 달라졌다. 부산은 최윤겸 감독을 새로 맞이하면서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했고 울산도 선수 보강으로 다른 컬러로 변신하고 있다. 이번엔 과연 어떤 스토리를 써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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