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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제주의 여름나기, 징크스 아닌 위기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8-06 05:29



벌써 6경기째 승리가 없다.

제주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21라운드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수원 원정에서 기분 좋은 3대2 승리를 챙긴 제주는 이후 2무4패에 그치며 승점 29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의 마지노선인 3위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목표인 ACL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또 한번의 여름징크스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제주는 매 시즌 여름마다 고생했다. 무더운 여름 육지와 섬을 오가는 일은 쉽지 않다. 공항에서 짐 싣고, 대기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팀 사정을 고려해 칸이 좁은 저가항공을 타면 가뜩이나 압력으로 부은 다리가 더 말을 듣지 않는다. 공항이 멀면 다시 한번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두 배의 고충이 있다. 제주는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점을 여름에 까먹고, 기대만큼의 성적표를 얻지 못했다.

조성환 감독 부임 후 제주는 달라졌다. 조 감독은 제주를 흔들었던 여름-원정징크스를 깨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체력훈련에 집중했고, 여름 이동에 따른 준비도 철저히 했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징크스'가 주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 감독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제주는 지난 두 시즌 간 여름에 더 강한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는 두 시즌 연속 ACL 진출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류가 또 바뀌었다. 물론 올 여름은 이전 여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험난했던 이동길도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징크스'로 치부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사실 과거 제주는 여름에도 좋은 경기를 했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제주는 여름에도 특유의 경기력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경기력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제주의 여름 부진을 '징크스'라고 부른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내용도 좋지 못하다. 최근 6경기에서 제주는 득점은 단 3골에 그쳤고, 실점은 10골이나 된다. 공격은 외인들의 득점포가 잠잠하고, 좌우 측면이 힘을 싣지 못하며 침묵하고 있다. 특히 마무리가 아쉽다. 수비는 더욱 답답하다. 제주의 자랑이었던 스리백이 무너졌다. 서울전이 거울이었다. 제주는 초반 몇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자책골이 나오는 등 운도 따르지 않지만, 후반 막판 김원일이 퇴장하는 등 자멸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제주의 여름이 힘겨운 이유는 역시 선수 보강 실패가 크다. 조 감독이 시즌 중반까지 선수들을 독려하며 근근히 끌고 왔지만, 전체적으로 팀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 영입을 통해 경쟁 체제를 구축해야 했지만, 제주는 잠잠한 겨울을 보냈다. 사실 올 여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윤석영(서울) 박종우 한의권(이상 수원) 등의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실제 협상이 꽤 진척됐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제주 대신 수도권을 선호했다.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여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제주가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전술 변화다. 제주는 2년간 3-5-2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재미를 봤지만, 올 시즌 다소 패턴이 읽히는 모습이다. 포백 등으로의 전환을 한번쯤 꾀할 필요가 있다. 신인급 선수들의 적극 기용도 고려할 만하다. 올 시즌 김현욱을 발굴한 제주의 2군에는 괜찮은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파격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조 감독은 2014년 부임 후 숱한 위기를 넘겼다. 여름 징크스, 원정 징크스, 서울 징크스, 전북 징크스 등 제주의 앞길을 가로막던 숱한 징크스를 깼다. 고비를 넘지 못하던 선수단도 깨웠다. 부임 첫 해에는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고, 두번째 시즌에는 ACL 진출, 세번째 시즌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영입 실패도 실패였지만, 성공한 시즌 뒤 찾아올 후폭풍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조 감독은 선수들과의 미팅을 더 늘리는 등 선수단 관리에 열을 올렸다. 제주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제주가 올 시즌 많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 감독의 공"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이번 위기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위기 타파를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 눈병까지 걸렸다. 제주와 조 감독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제주의 올 시즌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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