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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이유 있는 2위다."
그러면서 "경남 수비 밸런스가 아주 좋다. 승점도 쌓고 있고 네게바 등 역습도 강하다. 이날 경기는 박빙 또는 한 골 승부"라고 예측했다.
지난 4월 경남에 4대0으로 완승을 거뒀을 때와는 전북도 출전 선수가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괴물' 김민재를 비롯해 중앙 수비수 최보경과 수비형 미드필더 신형민이 강력한 트라이앵글 압박으로 경남 주포 말컹의 볼 소유를 차단했다. 말컹은 외로운 섬이었다. 철저하게 고립됐었다. 그러나 4개월여가 지난 현재 전북은 신형민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고 김민재와 골키퍼 송범근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대표팀에 차출됐다. 미드필더 이승기도 발가락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고 핵심 미드필더 이재성이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홀슈타인 킬로 둥지를 옮겼다.
최 감독은 말컹 수비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개인미팅 대신 비디오 미팅을 오래 가졌다. 최 감독은 "보통 앞선 한 경기만 보여주던 비디오도 수원전과 서울전, 두 경기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김종부 경남 감독은 부상 이후 부활한 말컹에 대해 "말컹이 사실 90분을 뛸 체력이 되지 않는다. 활약하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네가 잘하는 것 하나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제공권 뿐만 아니라 2선 침투로 고립되지 않은 움직임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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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이 열렸다. 전북은 마무리 부족으로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특히 전반에는 이재성의 공백이 엿보였다. 경기를 풀어가는 게임 메이킹 능력이 떨어졌다. 반면 수비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말컹 수비는 홍정호, 한 명으로 충분했다. 독일과 중국에서 피지컬 좋은 선수들을 수비해본 경험을 100% 살려 말컹과의 제공권과 파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우측 풀백 이 용은 네게바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영리하게 막아냈다.
전북은 후반 초반에도 좀처럼 마무리가 되지 않자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후반 9분 한교원과 임선영 대신 아드리아노와 이동국이 교체투입됐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닥공(닥치고 공격)'이 살아났다. 무엇보다 이 용의 날카로운 측면 크로스가 문전으로 배달되면서 위협적인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그러나 경남의 달라진 수비조직력에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함이 이어졌다. 후반 34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이동국의 전매특허인 멋진 오른발 발리 슛이 나왔지만 이범수 경남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계속된 크로스로 경남의 문전을 흔든 전북은 후반 35분 두 차례 아드리아노의 헤딩 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1분 뒤 네게바의 침투패스를 받은 쿠니모토가 쇄도하며 오른발로 밀어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더 거세게 경남을 몰아붙였다. 그러나 경남 수비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이범수 골키퍼의 선방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지 못했다.
경남이 전주성까지 함락시켰다. 경남이 1대0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경남은 11승6무4패(승점 39)를 기록, 전북과의 승점차를 11점으로 줄였다. 전북의 연승행진도 5연승에서 마감했다. "이유 있는 2위"라고 치켜세운 최 감독의 평가가 슬프게 들어맞았다. 전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