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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피하고, 고기는 잘먹고…' 살인더위 극복하기 백태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8-02 16:12 | 최종수정 2018-08-02 21:08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K리그에서는 '쿨링브레이크'를 도입해 경기 도중 선수들이 수분을 섭취하고 잠깐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일단 피하는 게 상책.'

'더위는 이겨내는 것'이라는 말은 요즘 K리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정면으로 맞서 이겨낼 만한 보통의 더위라면 모를까.

올여름 최근의 더위는 사상 최악으로 살인적이다. 정부에서도 국가 재난 수준으로 받아들일 정도다.

결국 살인 더위는 K리그 킥오프 시간을 바꾸게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 5일 열리는 K리그1, 2 모든 경기에 한해 오후 8시로 변경했다. 당초 오후 6시∼7시30분이던 것을 해가 진 이후 시간으로 통일한 것이다. 4, 5일 최고기온 섭씨 37도에 이르는 폭염과 일몰 시간을 오후 7시 25∼41분으로 예측한 일기예보를 토대로 그렇게 정했다. 사상 초유의 폭염으로 인한 선수, 관중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고려한 긴급 조치다.

K리그에서 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예정된 일정이 취소되고 순연된 적은 있어도 더위 때문에 경기시간이 변경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연이은 무더위에 사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K리그 구단들도 '무더위와의 전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나마 하루 이틀 준비하는 동안 컨디션 조절 잘못했다가는 막상 경기장에서 배터리가 방전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역시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상책이다. 울산, 수원, 전북, 서울 등 대부분 구단들이 훈련시간·강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훈련 횟수는 보통 오전-오후 하루 2차례 정도 열리는데 여름철 들어 모두 하루 1번으로 줄였다. 횟수 감소에 더해 시간도 줄이는 추세다.

울산의 경우 가급적 더운 시기를 피하기 위해 오전 10시 훈련 시작으로 앞당긴 가운데 훈련 시간도 1시간30분에서 1시간10분으로 줄였다. 오후 훈련은 휴식으로 대체하는 대신 강도가 강한 훈련도 짧고 굵게 끝내는 것으로 운영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울산 클럽하우스는 산이 붙어 있고 주변에 작은 호수가 조성돼 있어 선수들 워밍업도 호수가를 돌며 산책하듯이 러닝을 한다.


수원은 기존에 오후 3시였던 훈련 개시 시간을 계속 늦춰왔다. 지난달까지 오후 4시로 했다가 최근에는 오후 5시로 조정했다. 특히 출전했던 선수들의 회복 훈련은 더위가 너무 심한 날이며 실외훈련을 취소하는 대신 실내훈련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뭐니뭐니 해도 체력 소모가 많은 선수들에겐 잘 먹는 것도 또 다른 상책이다. 무더위와 함께 선수들의 식단도 크게 바뀌었다.

수원은 선수단 식단에 한우 등 육류 편성을 늘린 것 외에도 보양식 회식을 추가했다. 수원 지역의 유명 장어전문식당과 후원 계약을 맺고 여름철 동안 총 4∼5회에 걸쳐 선수단 단체로 장어 회식을 하기로 했다. 구단의 스폰서인 모 건강식품업체의 제품으로 과학적인 체력 관리도 진행한다는 게 수원 구단의 설명이다.

울산 역시 고단백질 섭취가 관건인 만큼 경기 이틀 전에는 반드시 고기를 내놓도록 했고 삼계탕 등 보양식도 제공 횟수를 대폭 늘렸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구단에서 선수들이 잘 먹고 힘을 내라고 부쩍 신경을 쓴다. 이에 대한 투자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수원 훈련장에서는 이른바 '나시족'이 수두룩한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덜 느끼라고 훈련복을 모두 민소매로 제작된 것을 보급했다고 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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