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목표를 향해 달려온 한국축구 4년의 여정이 끝났다. 목표였던 16강 달성은 실패했다. 의미 있는 성과도 있었다.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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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늘 선수 부족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한국 축구 100년사에서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스타 플레이어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차범근 박지성, 그리고 손흥민 정도다. 이번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를 치르면서도 "참 선수 없다"며 한숨을 많이 내쉬었다. EPL 토트넘의 골잡이이자 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성장한 손흥민이 신태용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맞대결한 상대 감독들은 손흥민 기성용(뉴캐슬) 정도만 언급했다. 다수의 외국 미디어가 "한국은 손흥민만 막으면 된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손흥민은 큰 부담을 갖고 이번 러시아월드컵을 치렀다. "공격수로서 골을 넣어야 한다"는 강한 책임 의식을 수차례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면 자신이 득점하지 못한 책임감에 자책하고 때론 울었다. 손흥민이 월드컵 때마다 '울보'가 되는 건 엄청난 책임감과 부담감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회 동안 여러 차례 "월드컵 무대는 여전히 무섭다"고 말한다. 또 4년 후 2022년 카타르월드컵 때도 똑같이 무서울 것 같다고 말한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으로 주요 선수의 부상을 꼽았다. 그는 "권창훈 염기훈 이근호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그 선수들이 있었다면 손흥민이 덜 외로웠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이 5월 소집 전 소속팀에서 경기 도중 당한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대표팀에 차출되지 못한 게 큰 타격이었다"고 말한다. 움직임이 날카롭고 스루패스가 좋은 권창훈이 함께 뛰었다면 손흥민과의 공격 호흡이 훨씬 더 잘 맞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 본선은 세계최고 무대로 전세계 32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 하는 선수들이 한데 모여 팀으로 싸우는 경연장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1승2패로 조 3위를 기록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16강 달성에 실패했다. 특출난 선수 손흥민 한명 만으로는 세계의 벽이 높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를 도와줄 권창훈 염기훈 이근호, 김진수 김민재 등의 부상 공백도 컸다. 국가대표 선수 풀도 부족한 상황에서 주력급 선수마저 무더기로 빠져 베스트 전력으로 싸우지 못했다.
유일하게 아시아팀(AFC 소속 5팀) 중 16강에 오른 일본은 주요 포지션을 '유럽파'로 다 채울 만큼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15명)이 많았다. J리거들은 8명이었다. 또 일본은 신구조화가 단연 돋보였다. 35세 최고참 골키퍼 가와시마(메츠)가 골문을 지켰다. 베테랑 나가토모(32·갈라타사라이)와 요시다(30·사우스햄턴)가 수비 라인의 중심을 잡았다. 하세베(34·프랑크푸르트)가 허리에서 중심을 잡았고, 공격수 오사코(28·쾰른) 무토(26·마인츠) 오카자키(32·레스터시티)가 공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혼다(32·파추카)는 백업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
벌써부터 4년 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 그동안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던 주장 기성용(29)이 국가대표 은퇴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구자철(29)도 경기력이 하락세다. 앞으로 손흥민의 대표팀 내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손흥민의 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제2의 손흥민' 또는 '제2의 박지성'이 등장해야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올라간다. 일본 A대표팀이 이번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보다 경쟁 우위를 보인건 해외파들이 전 포지션에 골고루 배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해외파들이 국내파 보다 무조건 경기력이 앞선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유럽에서 주전으로 뛰는 해외파들의 평균적 경험과 수준은 국내파 보다 더 높다고 보는 것이 보편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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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