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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기 그지 없다.
조기 귀국한 김진수는 지난달 1일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사회보험병원 하라 박사에게 간단한 치료를 받고 재활방법 등을 협의한 뒤 지난달 4일 돌아왔다. 일주일 정도 휴식을 취한 김진수 지난달 9일부터 서울에 원룸을 얻어놓고 최주영 전 A대표팀 의무팀장의 도움을 받아 지옥의 재활훈련에 돌입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김진수의 왼무릎 근력은 70% 정도였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꿈에 살짝 부풀었다. 김진수는 재활 중임에도 지난 14일 공개된 러시아월드컵 예비명단(28명)에 이름을 올렸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김진수 카드'를 바로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독일 생활을 마치고 K리그로 유턴한 김진수는 올 시즌 비로소 축구에 눈을 떴다. 현역 시절 풀백 출신 최강희 전북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플레이의 효율성과 크로스의 질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김진수는 바로 신 감독이 원하는 측면 수비수의 전형이었다.
김진수는 21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첫 소집된 뒤부터 스페인 출신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가 짠 '맞춤형 개인 훈련프로그램'만 소화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 역시 "김진수는 아직도 볼 훈련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표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진수는 지난 주 신 감독과 면담을 가졌다. 당시 이미 김진수는 속으로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전언이다. 자신의 몸 상태가 빠르게 향상되지 않자 스스로 월드컵 출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신 감독에게 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 감독의 간곡한 권유에 김진수는 차마 입을 뗄 수 없었다. 당초 "24일까지 몸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했던 신 감독은 면담자리에서 "6월 1일까지 재활을 해보자"고 권유했다. 김민재(전북) 염기훈(수원) 권창훈(디종) 등 대표팀 줄부상으로 깊은 고민에 빠진 신 감독을 옆에서 지켜본 김진수는 차마 "감독님, 저는 이번 월드컵에 뛰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뱉을 수 없었다.
하지만 김진수는 이미 꿈에 그리던 월드컵 출전에 대한 마음을 비우고 더 길게 남은 선수인생에 올인하기로 했다. 충격은 덜 하다. 4년 전에도 부상으로 브라질행 티켓을 코앞에서 놓쳤다. 김진수는 지난달 인터뷰에서도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시즌도 중요하다. 너무 서두르다 보면 더 길게 남아있는 선수인생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사실 월드컵을 못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현실로 이어진다면 한 번 경험해봐서 4년 전보다 아픔은 덜 할 것 같다"며 애써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김진수는 6월 1일 보스니아전이 끝난 뒤 2일 파주NFC로 이동하는 신태용호와 동행하지 않고 전주에 남아 4일 휴가를 마치고 소집하는 소속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