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태용호, 이청용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5-24 05:20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의 서울광장 출정식이 21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문선민-주세종-이청용이 서정원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5.21/

'블루드래곤' 이청용(30·크리스탈 팰리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장도에 오른 신태용호. 우울한 분위기를 떨칠 수 없다. 잇따른 부상악령 탓이다. 김민재(22·전북) 염기훈(35·수원)이 부상으로 낙마한데 이어 '공격의 핵' 권창훈(24·디종)에 설상가상 이근호(33·강원)마저 쓰러졌다. 김진수(26·전북) 장현수(27·FC도쿄)도 정상이 아니다. 부상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선수단 전체에 퍼져 있다.

늘 긍정적이던 신 감독도 "선수들 마음도 착잡하면서 가라앉아 있다. 그러나 이근호가 응원의 메시지도 던졌고 다른 선수들도 이근호의 몫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분위기는 빠르게 올라올 것이다. 이제는 부상 없이 잘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120%를 잘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힘을 합치면 좋은 분위기를 낼 것"이라고 애써 웃었다.

이럴 때 분위기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베테랑이다. 이청용이 적임자다. 나이 순으로는 이 용(32·전북) 박주호(31·울산) 김진현(31·세레소 오사카) 다음이지만 경험은 훨씬 풍부하다. 중학교 중퇴 후 곧바로 서울에 입단하며 프로데뷔도 빠르고,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최정상에 선 적도 있고, 선수생명이 끝날 뻔한 부상도 당했다. 무엇보다 두번의 월드컵을 치렀다.

신 감독이 올 시즌 단 10경기 출전에 그친 이청용을 선발한 가장 중요한 배경 역시 이러한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신 감독도 "이청용은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 선수다. 월드컵 경험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월드컵은 무게가 완전히 다른 대회다. 전에 경험하지 못한 압박과 분위기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최종 엔트리의 최연장자였던 이근호마저 제외된 지금, 월드컵을 비롯해 다양한 경력을 지닌 이청용의 경험은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압장서서 끌어올려야 한다. 이청용 역시 "나의 경험은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전술적으로도 중요해졌다. 권창훈이 빠지면서 오른쪽 미드필더는 사실상 이청용 밖에 남지 않았다. 이승우(20·베로나) 문선민(26·인천)이 측면 자원으로 선발됐지만, 이들은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다. 신 감독이 언급한대로 4-4-2 중심에서 다른 전술로의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미드필드의 유기적인 패스를 강조하는 신 감독의 스타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왼쪽에서 가운데를 커버하는 이재성(26·전북)이 건재한 만큼, 오른쪽 측면을 중심으로 플레이메이킹이 가능한 이청용에 대한 활용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포메이션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질 수 있지만, 몸상태와 준비 여하에 따라 조커 이상의 존재감을 가질 수도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이 21일 오후 소집 후 첫 훈련을 했다. 이청용이 스트레칭 훈련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파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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