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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월드컵이 가까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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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철과 월드컵. 그에게는 두 가지 기분 좋은 수식어가 있다. '4강 신화'와 '투혼의 아이콘'이다.
그는 전설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후방을 책임지는 삼인방 중 하나였다. 홍명보 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김태영 현 수원 코치와 함께 스리백을 구성해 대한민국 진영을 든든하게 지켰다. 한국은 총 7경기에서 7실점만 기록하는 짠물수비로 한국축구에 전무후무 한 월드컵 4강 기적을 쐈다. 4년 뒤 독일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최고참으로 출격, 한국의 수비를 이끌었다. 한국은 독일 대회에서 사상 첫 원정 첫 승리를 거두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제가 상대 에이스를 놓치는 순간 실점 가능성이 커져요. 단 1초, 한 발 차이인데 그게 엄청 크죠. 그래서 쓰러지고 넘어져도 다시 뛸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도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한-일월드컵 때 호흡을 맞췄던 홍명보 김태영 선배와는 눈빛만 봐도 통했어요. '아, 명보 형이 뛰어나가니까 내가 조금 더 커버를 해야겠구나. 태영이 형이 서포팅해줄테니 지금은 앞으로 더 나가야겠다' 이런식으로요. 이런 믿음과 호흡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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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에 대한 최 위원장의 말 한마디. 그 속에는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태극전사들의 최대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수비 문제가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제가 뛸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결국은 훈련을 통해 완성해야 합니다. 다만, 과거에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많지 않아서 호흡을 맞출 시간이 더 많았어요. 지금은 시간이 부족한 만큼 더욱 집중해서 호흡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어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월드컵. 최 위원장은 이번 월드컵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님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와도 인연이 있어요. 특히 김남일 차두리 코치는 월드컵 무대를 함께 밟았던 후배들이죠. 그들이 선수가 아닌 코치로 월드컵을 나간다고 하니 기분이 이상해요. 하지만 충분히 잘 해줄 것으로 믿어요."
깜짝 발탁으로 관심을 모은 '막내'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와도 깊은 인연이 있다. 둘은 2015년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도 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는 스무살이 된 이승우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승우는 상대 수비를 주춤하게 만들어요. 단순히 발이 빠르고 드리블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상대를 파고드는 게 있어요. 칠레 이후 3년이 지난 만큼 승우가 어떻게 성장했을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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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러시아월드컵,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한국은 독일, 스웨덴, 멕시코와 F조에 묶였다. 여기에 염기훈(수원) 이근호(강원) 권창훈(디종·프랑스) 김민재(전북) 등 주축선수가 부상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최 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대한민국은 그 때마다 투혼을 발휘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우리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어요. 음, 당연히 잘 하겠죠"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투혼의 아이콘' 최 위원장은 21일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에서 '레전드 수비수'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로 러시아로 향하는 후배들을 격려했다. 그 진심이 담긴 박수에 이제 후배들이 투혼으로 화답할 차례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