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된 김신욱,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5-18 05:59



4년 전이었다.

홍명보 전 A대표팀 감독 체제에서 김신욱(30·전북)의 역할은 '조커'였다. 후반 중반 뒤지고 있을 때 큰 키(1m97.5)를 활용해 공중볼을 장악, 단순한 패턴으로 추격할 수 있는 임무를 수행했다. 당시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김신욱은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원팀'을 강조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희생의 의미를 잘 알고 실현할 수 있는 김신욱은 팀 승리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도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었다. 당시 후반 12분 박주영(서울)과 교체돼 33분간 뛰었다.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왜 부진한 박주영 대신 김신욱을 선발로 활용하지 않느냐." 결국 홍 감독은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김신욱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는 얀 베르통헌, 니콜라스 롬바에르츠 등 유럽에서도 수준급 수비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공격 연계와 공중볼 장악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4년이 흘렀다. 김신욱은 축구인생에서 두 번째 월드컵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4일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발표한 28명의 예비명단 공격수에 손흥민(토트넘) 이근호(강원) 황희찬(잘츠부르크)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신 감독은 김신욱을 뽑지 않을 수 없었다. 신 감독이 A대표팀에 부임한 뒤 7골이나 터뜨렸다. 동아시안컵에서 3골을 터뜨렸고 터키 전지훈련에서 펼친 3차례 평가전에서 4골을 넣었다.

하지만 김신욱 발탁을 팬들은 흔쾌히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석현준(트루아)과 비교하며 누가 더 기량이 좋은 지에 대한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김신욱도 자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알고 있었다. 이 시선을 돌릴 수 있는 방법도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경기력이다. 김신욱은 "나는 신 감독님 체제에서 7골을 넣었다. 감독님은 내가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내가 골을 넣었던 것은 기억하지 않는다. 동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쉽지 않다. 어차피 월드컵이 끝나면 평가를 받는 것이다. 내가 잘하면 칭찬해주실 것이고, 못하면 비난을 받을 것이다. 물론 칭찬을 받으며 웃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대 한국대표팀을 살펴보면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스트라이커가 별로 없다. 2002년 한-일 대회에서 황선홍 전 서울 감독님과 (박)주영이 형이 2010년 프리킥 골을 넣었다. 필드골이 없다. 어려운 상대를 만나지만 준비를 잘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중요한 것은 둘 중 하나다. 내가 골을 넣던가, 아니면 동료들을 활용해 이겨야 한다"고 전했다.

분명 김신욱은 4년 전보다 발전했다. 2년 전 전북 유니폼을 입은 뒤 자신의 색깔을 그라운드에서 완벽하게 드러낼 줄 아는 노하우가 생겼다. 신태용호에는 팔색조로 변신할 수 있는 김신욱의 노하우가 절실하다.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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