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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역대 월드컵에서 환희보다는 좌절을 맛봤을 때가 많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월드컵의 흑역사를 살펴보자.
최다 골차 패배, 최단 시간 실점
한국은 1954년 월드컵 2차전에서도 터키에 0대7로 패하고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야 했다. 한 대회에서 한 팀이 16골을 허용한 건 지금까지도 최다 기록이다.
한국은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 최단시간 실점의 불명예도 갖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3~4위전 당시 전반 11초 만에 터키의 하칸 수쿠르에게 골을 허용한 것이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트래핑 미스로 공을 빼앗겨 최단시간 실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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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박주영 자책골
역대 월드컵에서 한국은 총 67골을 내줬다. 이 중 뼈아픈 자책골은 두 골이다.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탈리아전(2대3 패)에서 조광래(현 대구FC 사장)가 기록한데 이어 2010년 남아공 대회 아르헨티나와의 대결(1대4 패)에서 박주영(서울)이 골을 헌납했다.
윤덕여 하석주 퇴장
한국이 월드컵에서 31경기를 치르는 동안 퇴장은 두 번 당했다. 1990년 대회 우루과이전에서 윤덕여(현 여자대표팀 감독)가 첫 번째 퇴장의 주인공이 됐다. 윤덕여는 후반 0-0으로 비긴 상황에서 골킥을 빨리 차지 않았다는 석연 찮은 이유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1998년 프랑스 대회 멕시코전에서 나온 하석주(현 아주대 감독)의 퇴장은 여전히 축구 팬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다. 선취골을 넣고 불과 3분 뒤 전반 30분 백태클로 레드 카드를 받았다. 1대3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하석주는 오래동안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한 순간에 '국민 역적'
월드컵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부진한 경기와 패배에 따른 후폭풍도 거셌다. 1986년 월드컵에선 마라도나를 막는 허정무의 육탄 수비가 외신 사진을 통해 전해지면서 '태권도 축구'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1990년 대회에선 연패를 당하고 있던 대표팀이 수영장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모습이 뉴스로 전해져 팬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나 사실 그 장면은 긴장을 풀고 재충전하는 영상을 담기 위해 방송사에서 선수들에게 연출을 간청했던 것이었다.
1994년 미국 대회 때는 볼리비아전에서 여러 찬스를 허공으로 날린 황선홍이 순식간에 '국민 역적'이 됐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선 네덜란드전 0대5 패배 이후 차범근 감독이 중도경질되면서 엄청난 논란이 일었다.
오범석과 염기훈은 2010 월드컵을 통해 '오염 형제'라는 오명을 얻었다. 단지 메시를 제대로 못막았다는 것과 결정적 골찬스를 놓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4 월드컵에서는 박주영이 부진한 플레이로 댓글 공격의 표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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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루머로 인한 혼란도 발생했다. 2002년 한-일 대회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한 다음날 '독일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해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흥분한 국민들의 문의전화가 월드컵조직위와 대한축구협회로 빗발쳤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선 애매한 심판 판정으로 스위스에 패한 뒤에는 '백만명 이상이 FIFA에 청원하면 재경기를 한다'는 헛소문이 퍼졌다. 수십만 한국 팬들이 FIFA 홈페이지를 동시에 클릭하는 바람에 FIFA가 한국IP의 접속을 차단하는 웃지못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