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현장스케치]'메르씨 아르센' 벵거의 마지막 홈경기 '이별하기 딱 좋았던 날'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8-05-07 02:20



[에미레이트스타디움(영국 런던)=조성준 통신원]아름다운 이별이었다. 홈팬들은 물론이었다. 안티팬들도 이날만은 달랐다. 원정팬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날씨마저 그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에미레이트 스타디움과 작별 인사를 했다. 6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스타디움에서 아스널은 번리와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이 경기는 아스널의 올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다. 벵거 감독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아스널을 떠나겠다고 했다. 이날이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그리고 홈팬들과 만나는 마지막 경기였다.


날씨는 유난히 좋았다. 섭씨 26도까지 올랐다. 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으로 왔다. 홀로웨이로드 역에서 나와 경기장으로 향했다. 경기 전 팬들이 찾는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벵거 감독의 입간판이 서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지나가던 팬들은 함께 서서 사진을 찍으며 벵거 감독의 마지막 홈경기를 준비했다. 경기장 메인 출입구에는 'Merci Arsene(고마워요 아르센)'이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지난 22년 간 벵거 감독이 이뤄낸 우승 업적들을 나열되어 있었다.

안티팬들도 이날만은 달랐다. 팬들이 직접 발행하는 잡지 'Gooner'는 아르센 벵거 스페셜 에디션을 따로 발간했다. 평소 벵거 감독에 대한 비판 기사를 주로 실었던 잡지였다. 이날은 비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번리전과 주요 이슈들에 관한 설명이 기본적으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떠나는 벵거 감독을 추억하는 기사들로 채웠다.

아스널 구단이 발행하는 공식 잡지 역시 벵거 감독은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프로그램 제목마저 '아르센'이었다. 역시 벵거 감독을 위한 특별판이었다. '22 Gun Salut!'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책자가 제공되었다.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 부임한 1996~1997시즌부터 2017~2018시즌에 이르기까지 22년이라는 시간을 정리해 놓았다. 시즌별로 성적과 주요 이슈, 업적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놓아서 벵거의 긴 역사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또 하나의 깜짝 선물이 놓여있었다. 모든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경기 전 몸 풀 때)이 입고 있던 'Merci Arsene' 티셔츠가 전 좌석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떠나는 감독과 시원섭섭하게 그 이별을 맞이하는 팬들을 위한 구단의 선물이었다. 모든 팬들은 주저없이 이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덕분에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은 유난히 더욱 빨갛게 물든 채 번리와의 경기를 맞이했다.


ⓒAFPBBNews = News1
경기 시작 전 아스널과 번리 선수들이 양 옆으로 늘어섰다. 입장하는 벵거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팬들 역시 모두 일어서 아낌없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멀리 런던까지 온 번리의 원정 팬들도 이때 만큼은 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주었다. 일찍이 선제골이 터진 이후에는 모든 관중들이 한 마음이 되어 "아르센"을 연호하며 벵거의 마지막 홈 경기를 즐겼다. 세번째 골이 터져나왔다. 팬들은 'Arsene~ there's only one arsene wenger'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번리 팬들도 화답했다. 벵거 감독에 관한 응원가를 불렀다. 아스널 관중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번리 팬들의 노래가 끝나자 박수로 화답했다.

경기는 일찌감치 끝났다. 전반 14분 오바메양이 첫 골을 집어넣었다. 이어 라카제트, 콜라시냐크, 이워비, 다시 오바메양이 골을 집어넣었다. 5대0 아스널의 완승이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관중들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

아스널과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홈팬들이 벵거 감독과 이별을 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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